[기고/서승환]창조공간으로 재탄생한 산업단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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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계절마다 축제가 열리고 주말이면 인문학 강좌와 음악회를 만날 수 있는 산업단지가 있다. 관광객이 몰리는 산업단지 ‘파주출판문화산업단지’ 얘기다.

이곳은 기획, 인쇄, 유통, 소비기능을 한 장소에 배치해 연간 200억 원의 비용을 아낄 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찾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고용인원이 5000명에 이르고 매출도 1조7000억 원에 달한다. 흔히 산업단지라고 하면 공장 굴뚝과 시커먼 연기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제 달라지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포블레노우, 영국 맨체스터 트래퍼드파크, 덴마크 코펜하겐 갈룬트보르그 등 자연생태계를 회복하여 생태산업단지로 재생되거나 디자인과 문화가 접목된 산업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산업단지를 창의성이 극대화된 창조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독창적인 시도를 하기도 한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개발에 도입되는 ‘화이트 존(White zone)’ 제도가 대표적이다. 일반적 개발 방식으로는 토지 이용에 많은 제한이 따르는데 화이트 존은 토지 용도와 시설 종류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아 자율과 창의를 극대화할 수 있게 했다.

공장 지을 용지도, 공장 가동에 필요한 물과 전기도 충분하지 않던 1960년대에 산업단지는 제조업과 중화학공업의 터전으로서 대한민국을 수출입국으로 도약시키는 전초기지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이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첨단산업, 서비스업, 융·복합산업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산업단지는 대변신이 불가피해졌다. 싱가포르의 화이트 존처럼 모범이 될 만한 산업단지를 우리도 조성하기 위해 9월 25일 제3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산업단지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창의적 인재들이 선호하는 도시지역에 일할 뿐만 아니라 살고도 싶은 환경을 갖춘 첨단산업단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산업단지에 제조업 연관 서비스업과 융·복합산업이 손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또 이번 방안에는 쇠퇴하고 있는 산업단지의 구조와 시설을 리모델링함으로써 도시 발전의 핵심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오늘날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모여들고 패션 아웃렛이 활성화된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본래 의류·가발 공장이 가득하던 구로공단이었다. 기반시설 정비, 문화·편의시설 확충 등 인프라 개선뿐 아니라 문화사업 활성화, 청년층 선호 공간 조성 등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 도시가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고도성장기에 산업단지는 경제성장의 거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번에는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산업단지를 리모델링함으로써 산업단지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견인할 수 있는 창조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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