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용석]오너 경영인 박근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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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산업부 차장
김용석 산업부 차장
기업인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오너 경영인’에 자주 비유한다. 어려서부터 부친의 영향으로 권력을 경험했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은 총수 가문의 오너 2세들처럼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둘러싼 인간 군상(群像)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면서 권력에 대한 조기교육을 받았다.

취임 후 인사를 할 때 절대 보안을 강조하는 것도 부하와 권력을 나누지 않는 대기업 총수의 제왕적 리더십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이다. 전문경영인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형님 권력’ 운운하는 분위기를 참아냈던 것과는 딴판이다.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생득적 카리스마는 대기업 총수들도 그를 쉽게 여기지 못하도록 했다. 그래서인지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총수들이 동행했다.

흔히 오너 경영인의 장점으로 자신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을 동일시하는 데서 나오는 진정성을 꼽는다.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재평가 때문에 회사의 장기적인 이익보다는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한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전문경영인의 ‘대리인 문제’에서 자유롭다.

실제로 박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진심을 높게 평가한다. 기자도 “박 대통령이 사심 없이 우리 국민을 위하는 마음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평을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오너 경영인에겐 약점이 있다. 진짜로 사심이 없다고 해도(혹은 사심이 없다는 데서 나오는 자신감 때문에) 절차 문제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기는 점이다. 전문경영인이 결정을 내릴 때 주주를 설득하고 회사 안팎의 반응까지 살피며 지원군을 만들려 하는 것과는 다르다. 남의 눈치를 덜 보니 과감하게 조직을 이끌 수 있지만 필연적으로 소통 문제가 발생한다.

의사결정의 배경을 모르는 조직원들은 수동적으로 되기 십상이다. 위의 입만 쳐다보는 정부 부처들의 상황과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대통령의 인사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이유를 한 기업인은 이렇게 설명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불조심하세요”라고 하면 장관은 그 의미를 해석해 “소방설비 점검 등 대책을 준비하라”고 지시하고, 실무진은 “건물 내 배전설비 노후화가 문제니까 그걸 고치겠다”고 보고하고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배경 설명 없이 “소방설비 점검하세요”라고 한다면 장관은 “소방설비 점검하라”고만 전할 것이다. 실무진도 그대로 따를 뿐이다. 실무자 중 누군가는 ‘배전설비가 더 문제인데…’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내 ‘위에서 다 알아서 고민하고 판단했겠지’ 하며 눈감고 만다. 그러나 단언컨대 대통령은 배전설비까지는 알 턱이 없다.

성공한 오너 기업인들의 비결 중 하나는 철저한 권한 이양에 있다. 자신이 챙길 것과 남에게 맡길 것을 엄격히 구분하는 데서 조직원의 능력은 꽃핀다. 스스로 모든 걸 판단하려다 일을 그르친 오너 기업인들은 나중에 “내 자식같이 사랑하는 회사를 위한 진심 어린 결정이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그때 가서 사람들이 그 진심을 이해해준 적은 별로 없었다.

김용석 산업부 차장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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