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승건]위기의 인천장애인AG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당장 위원장을 그만두고 싶은 심정입니다.”

최근 만난 김성일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장(65)은 대화 내내 고개를 흔들었다. 1년 전 무보수 명예직으로 위원장을 맡을 때만 해도 자신감이 넘쳤던 그였다. ‘빨간 마후라’를 두르고 전투기를 몰던 전직 공군 참모총장의 당당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내년 10월 18일 개막하는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는 2005년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출범한 이후 처음 국내에서 치르는 국제종합대회다. 장애인체육 선수와 가족들의 기대가 크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개막이 1년 남짓 남았는데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일이 하나도 없어서다. 최원현 조직위 사무처장은 “문서상으로만 일을 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대회 준비가 이 지경이 된 건 예산 때문이다. 인천시는 안상수 시장이 재임하던 2009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유치전에 뛰어들어 599억 원의 예산을 정부로부터 승인받았다. 2002년 부산 아태장애인대회를 치렀던 비용에 물가 인상률 정도를 감안해 급조한 금액이다. 당시와 비교해 훨씬 커진 대회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애초부터 문제가 있는 액수였다.

조직위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만 120억 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개·폐막식 등을 중계하는 데에도 70억 원 정도가 들어간다. 여기에 예산을 쓰고 나면 정작 대회를 운영할 돈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예산을 확정하지 못해 업체들과도 계약을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2월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최대한 아껴도 1360억 원 정도는 필요하다. 그래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의 3분의 1이 안 된다. 새로 출범한 정부가 애정 어린 관심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정부도, 인천시도 애정은커녕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만난 인천시 고위 관계자가 “대회 자체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하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관심이 없기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은 “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는 일찌감치 항공사 및 자동차업체 등과 후원 계약을 마쳐 직원들이 비용 걱정 없이 출장을 다니고 이동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니 문서로만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대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성화 봉송도 포기하는 등 예산을 1027억 원까지 줄여 놓았지만 이조차도 마련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국제 이벤트를 유치하는 것에 대한 시선은 예전 같지 않다. 유치 때와 개최 때의 단체장이 다를 경우 현직 단체장이 전임자가 벌여 놓은 일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렇다고 유치한 행사를 천덕꾸러기 취급하는 건 안 될 일이다. 성공적으로 대회를 열어 국제사회에 대한 당초 약속을 지켜야 한다. 홀대받아 온 장애인체육이기에 더 그렇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