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허진석]시대 구분의 명칭 될 ‘3D 프린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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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국제부 차장
허진석 국제부 차장
‘집에서 사용 중인 커피포트의 손잡이가 부서졌다. 플라스틱 부품만 교체하면 되는 파손이다. 해당 모델의 손잡이 설계도를 인터넷 사이트에서 찾았다. 3D프린터로 출력해 갈아 끼우는 것으로 해결했다.’

이는 미래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이다. 프린터가 2차원의 종이에 문서나 그림을 찍어낸다면 3D프린터는 3차원으로 특정 물건을 찍어내는 기계를 말한다. 여러 방식이 있지만 플라스틱과 같은 원료를 조금씩 쌓아가며 물건을 완성하는 적층 방식이 많다. ‘가정용’은 이미 100만 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져 일상과 가까워졌다.

외신이 전하는 3D프린터의 다양한 활용법은 그 자체로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얘기들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내년 6월 3D프린터를 우주선에 실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낼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부품과 장비를 필요할 때마다 직접 ‘출력’해서 사용토록 하기 위해서다. 달에 우주 기지를 건설할 때도 3D프린터가 주인공이 될 공산이 크다. 이미 사막의 모래를 활용해 건축물을 만드는 3D프린터가 나와 있다. 네덜란드의 한 건축가는 기존 건축기술로는 구현하기 힘든 ‘뫼비우스 띠’ 모양의 건축물을 짓는 데 3D프린터를 활용하고 있다. 특정 환자의 두개골 일부를 대체할 맞춤형 뼈를 3D프린터로 출력해 시술한 사례도 있다.

3D프린터 제작 기술을 공개한 렙랩 사이트(reprap.org)에 가면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3D프린터도 만날 수 있다. 3D 프린터로 공장을 차린다면 시장 수요에 맞춰 생산수단을 쉽게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3D프린터의 활용처가 넓어지면서 ‘3D프린터 생태계’도 형성됐다. 3D프린터 생산 기업 외에 3D프린터에 필요한 설계도 거래 시장, 고품질 3D프린팅 대행업체 등이 생겨났다. 플라스틱이나 생체친화형 고분자 소재, 금속, 광물 등 원재료에 대한 연구와 상업화도 활발하다.

특히 3D프린팅 대행업체는 고품질의 3D프린터와 대량 구매를 통해 싸게 구입한 원료를 기반으로 개인이나 기업의 주문형 제품을 제작해주는 ‘새로운 공장’이 될 공산이 크다. 컬러 프린터가 가정에 많이 보급돼 있지만 사진은 전문출력업체에 디지털 파일을 보내 인화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단, 3D프린터를 이용한 개인의 총기 제작 및 무분별한 실물 복제 등의 부작용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인류는 시대를 구분하는 이름에 ‘청동기’나 ‘철기’처럼 당대 최고 기술의 이름을 붙여 왔다. 다음 시대는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에 이어 ‘3D프린터의 시대’가 될지 모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해 연두교서에서 3D프린팅 기술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지난해에 국립적층가공혁신연구소(NAMII)를 설립한 이유다. 유럽과 일본, 중국도 이 분야에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3D프린터 산업 육성책을 밝힌 한국은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어 특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라고 생각한다.

허진석 국제부 차장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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