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차 노조, 일자리 사라져야 배부른 파업 멈추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2일 03시 00분


현대자동차 노조가 9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만장일치로 쟁의발생을 결의했다. 13일에는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전체 노조원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회사가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회사는 “노조가 75개 조항, 180개 항목의 요구안을 내놓고 본격적인 논의도 하기 전에 파업을 결의한 것은 짜인 수순 밟기”라고 반박한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도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며 14일 하루 파업을 벌이겠다고 7일 밝혔다.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에는 제3자가 보기에도 무리한 내용이 많다. 회사가 노조 간부의 정당한 조합 활동에 불이익을 주거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한 노조간부 면책 특권 강화가 대표적이다. 노조 간부의 불법 행위에 배상 책임을 지우는 최근 법원 판결을 의식한 요구로 분석된다. 대학 미(未)진학 자녀의 취업 지원을 위한 기술취득 지원금 1000만 원 요구, 퇴직금 누진제 보장, 정년 61세 연장 같은 요구도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보면 지나치다. 기본급 13만498원 인상 및 현재 750%인 상여금의 800% 지급, 완전 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요구도 경영에 부담이 크다는 게 회사의 주장이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된 뒤 2008년까지 1994년 한 해만 빼고 매년 파업을 벌였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은 파업을 안 했지만 현 강성(强性) 노조 집행부가 들어선 뒤 지난해 4년 만에 다시 파업을 벌였고 올해 2년 연속 파업에 들어갈 태세다. 다음 달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둔 노조 내 주요 계파 간 선명성 경쟁이 강경투쟁을 부채질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의 ‘대표적 귀족노조’인 현대차 노조가 걸핏하면 파업을 벌이는 데 대한 여론의 반응은 차갑다. 현대차의 노사 문제는 회사 경쟁력을 갉아먹는 주요 요인이다. 정규직 고(高)임금 직원들로 구성된 강성 노조는 무리한 요구를 내놓는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과 복지 혜택이 적은 비정규직 노조는 전원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규직 노조는 양보와 고통 분담은 생각하지 않는다.

현대차가 이런 노조를 두고도 지금 수준의 국제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기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현대차 노조가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하면 회사의 경쟁력은 추락하고 일자리는 해외로 옮겨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는 후회해도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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