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홍수용]리더를 이해한다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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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경제부 기자
홍수용 경제부 기자
“최고의 상사는 ‘똑게’이고, 최악의 상사는 ‘무부’”라는 말이 유행한 적 있다. 똑똑하고 게으른 상사를 좋아하고 무식한데 부지런한 상사를 싫어하는 직장인의 심리를 담은 말이다. 머리 좋기로 최상위권에 드는 사람들로 구성된 기획재정부의 수장은 똑게일까, 무부일까?

기획재정부 직위표에는 154명의 간부들이 있다. 기자가 2005년 재정경제부(기재부의 전신)를 처음 출입할 때부터 지금까지 간부들에게 수장을 평가해달라고 하면 한결같이 “판단이 빠르고 통찰력이 뛰어난 리더”라고 답했다. 1등 리더로 치는 똑게이거나 최소한 차순위인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상사) 정도는 된다는 뜻이다. 최근 리더십이 모자란다는 비판을 받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 대한 내부 평가도 똑부다. 그동안 이 부처를 거쳐 간 장관이 모두 리더십이 있었겠는가. 다만 외부 평가와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수장을 이해하며 리더십 있는 인물로 만들려는 기류가 기재부 내부에 흐르는 것으로 보인다.

관료들이 리더를 이해한다는 말의 의미는 대체로 ①리더의 가치관에 공감한다 ②조직을 사랑한다 ③인간적으로 연민을 느낀다 ④리더와 한배를 탔다 ⑤상사니까 무조건 편을 든다는 5가지 범주에 든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장관이 재임할 때 기재부 관료들은 ①번과 ②번 이유 때문에 수장을 이해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0년 6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를 주재하던 중 외국의 한 장관이 합의문에 의문을 제기하자 정회를 선언했다. 현장에서 기재부 관료들에게 큰 소리로 “사전 합의한 사안 아니냐”며 질타했다. 이미 결론이 났는데 회의 막판에 문제 삼는 것은 합의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한 것이다. 회의가 재개됐을 때 더이상 논란은 없었다. 관료들은 그날 윤 전 장관에게서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느꼈다고 했다. 만약 그들이 리더의 가치관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면 윤 전 장관의 고약한 성질만 회자됐을 것이다.

지금 기재부 관료들은 ③, ④번의 이유 때문에 현 부총리를 이해하려 애쓰는 경향이 있다. 너무 많이 질타를 받아 인간적으로 안타까운 데다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2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폐막한 G20 재무장관회의를 준비하면서 관료들은 현 부총리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많은 준비를 했다. 현 부총리가 이 계획에 따라 움직인 결과 ‘선진국은 출구전략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와 같은 핵심 내용을 공동선언문에 담을 수 있었다. 조직원이 수장의 ‘섬세한 리더십’을 집단적으로 만든 사례다.

조직원이 리더를 이해하며 움직일 때 척박한 리더십에도 싹이 틀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현 부총리에게도 기회는 있다. 단, 이런 ‘집단 리더십’을 만들려면 조직원이 리더에게 선택지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리더에게 올린 선택지가 ‘경제 활성화’나 ‘서비스산업 육성’처럼 모호하다면 카리스마가 부족한 리더의 우유부단함만 부각될 뿐이다.

홍수용 경제부 기자 legman@donga.com
#리더#조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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