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좌파든 우파든 표절은 잘못된 것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9일 03시 00분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 표절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1997년 영국 엑시터대에서 쓴 그의 박사 논문은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에 나온 문장을 최소 26개 그대로 옮겨 적으면서 인용 표시인 따옴표를 하지 않았다. 인용한 논문을 밝히는 각주를 달긴 했지만 어디서 어디까지 인용했는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면 표절에 해당한다.

표 씨는 교수 시절인 2011년 5월 자신의 강의 카페에 올린 글에서 ‘원문 표현 그대로 사용하려면 따옴표 등 직접 인용 방법을 통해 표현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등 일부 보수 인사가 그의 표절 의혹을 제기하자 “형사 고소하겠다”며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댓글 사건에 대해 날선 비판을 했던 표 씨의 도덕성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그는 교수직을 사퇴한 뒤 방송 등에서 시국 현안을 다루는 활동을 하고 있다.

변희재 씨는 조국 서울대 교수, 손석희 jtbc 사장,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논문에 대해서도 표절 의혹을 제기해 놓고 있다. 모두 진보 성향의 논객들이다. 조 교수는 트위터에서 47만 명의 팔로어, 진 교수는 35만 명의 팔로어를 갖고 있다. 변 씨의 표절 의혹 제기는 특정 진영 인사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느껴진다.

그러나 변 씨가 검증 대상에 올린 인사들 역시 그동안 표절을 상대방 공격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표 씨는 고위 공직자들의 표절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진 교수는 지난해 총선에서 문대성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박사학위 논문을 놓고 표절 시비가 벌어지자 “흔히 문도리코(복사기 제품명 신도리코로 문 씨를 조롱한 말)라고 하는데 틀린 표현이다. 복사기는 그래도 품이 들어가는 아날로그 복제이지만 문 씨 논문은 디지털 복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도 문 씨에 대해 ‘정치적 고려가 없는 학문적 심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표 씨의 경우 자신이 쏜 화살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논문 표절은 공직자나 유명인사들에게 아킬레스건이다. 국내 논문 80% 정도가 표절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말도 있다. 표절을 문제 삼으면 상대 진영을 궁지에 몰아넣는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박근혜정부에서도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이 논문 표절로 망신을 당했다. 표절은 지식인들이 스스로 알면서도 저지르는 범죄 행위로 하루빨리 근절돼야 한다. 그럼에도 표절 시비가 진영 논리로 편을 갈라 상대편을 헐뜯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계는 이번처럼 표절 시비가 일어났을 때 엄정한 기준으로 명확히 표절 여부를 가려 표절 축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
#변희재#표절 논문#진보 성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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