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스페이스X와 달 탐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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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돌풍을 일으킨 ‘아이언맨3’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천재 과학자이자 억만장자다.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이 미국에서 스티브 잡스만큼이나 유명한 엘론 머스크다. 대학에서 물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머스크는 인터넷결제회사 페이팔(PayPal)의 공동 창업자다. 이 회사는 2002년 15억 달러에 이베이에 팔렸다. 머스크는 이 돈으로 우주발사체를 만드는 스페이스X와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테슬라모터스를 창업했다.

▷애플이 스마트폰으로 휴대전화 시장을 흔들어버린 것처럼 스페이스X는 반값에 발사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해 국가 주도 우주발사체 시장의 생태계를 뒤집었다. 2012년 6월 팰콘9을 이용해 우주정거장 수송 임무를 성공시켜 현재 기업가치는 24억 달러를 넘는다. 스페이스X의 비전이 허풍이 아닌 것은 상업용 인공위성을 원하는 통신사업자가 많고 대량생산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17년까지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과 손잡고 달 탐사용 궤도선(시험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나로호 발사 성공의 자신감과 축적된 기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달 탐사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도 공약이지만 스페이스X를 의식하는 마음이 작동하고 있다. 스페이스X가 완전한 시장경쟁력을 갖추기 전에 발사체 개발을 서둘러야 우리도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논리다.

▷러시아는 발사 기술이 안정적이지만 낡았고 일본은 H-ⅡA와 H-2B의 양산 가격이 너무 비싸 상업화에 실패했다. 중국은 안보상 이유로 상업 발사 참여에 소극적이다. 스페이스X의 등장으로 가장 타격을 입는 곳은 미국과 유럽의 기존 발사체 회사들이다. 스페이스X가 우주발사체 양산에 들어가면 쟁쟁한 이들 기업도 설 자리를 잃는데 우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더욱 좁아진다. 그렇다 해도 우주 개발은 국민의 꿈을 먹고 사는 분야다. 머스크는 “30년 후 화성에 살겠다”고 큰소리치는데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선진국들이 졸업한 ‘달 탐사’라니, 국민을 설득하기엔 밑밥이 살짝 빈곤해 보인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엘론 머스크#아이언맨#페이팔#스페이스X#테슬라모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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