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홍수용]주식투자에 성공하는 방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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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경제부 기자
홍수용 경제부 기자
정부 정책만큼 주가에 단기간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있을까. 정책 내용과 방향을 잘 읽으면 투자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지주의 사례로 정책을 투자와 연결하는 방법을 연습해보자.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방안을 발표한 지난달 26일 오후, 당국자가 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금융 주가 5% 오른 거 봤어요? 시장이 정부를 믿고 있다고 봐도 되는 거죠?”

7월 15일부터 우리금융 자회사를 3개 그룹으로 쪼갠 뒤 2개 그룹을 연내 동시매각하고 우리은행을 내년 말까지 파는 방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전날까지 5일 연속 하락하던 주가가 이 발표로 5.37% 오르고 거래량이 전날의 2배로 뛰었다. 주가는 이후에도 이틀 연속 올랐다. 발표 자체가 예정돼 있었고, 상당 부분 보도된 내용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례적 현상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과거 3차례나 추진했고 그때마다 정부의 의지도 강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자리를 걸고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것 못지않게 김석동, 진동수 위원장 등 전임자들도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임하겠다, 최우선과제로 추진하겠다”며 결연한 각오를 내비쳤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이 이번에 유난히 뜨겁게 반응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실현 가능성 때문이다. 예전에 우리금융 전체를 한 그룹으로 일괄 매각하려 할 때 ‘그만한 자금력 있는 곳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많았다. 반면 이번 분리매각 방안은 덩치를 차츰 줄여나가는 방식이어서 현실적이다. 정부는 이번 방안을 ‘시장에서 원하는 방향’이라고 표현하며 이미 시장참가자들의 선호도를 파악했음을 시사했다.

시장은 신 위원장이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중립적인 성향에도 우호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일부 수장처럼 정치적 인물이라면 매각과정에 잡티가 끼어들 여지가 많다. 투자자로선 계산기를 두드릴 수 없을 정도로 과정이 복잡해진다. 우리금융은 과거 13년 동안 관치를 겪으면서 정치성이 강해진 집단이다. 이런 상황서 금융위원장마저 정치적이라면? 우리금융 매각은 투자의 영역을 벗어나 버린다. 26일 기자 브리핑에서 신 위원장이 “최고가 매각원칙은 버릴 수 없는 중요한 기준”이라며 경제원리에 충실할 것임을 재확인한 점도 신뢰를 높인 요인이다.

정책과 연계한 주식투자법을 정리하면 이렇다. 정책 발표일정을 챙겨보라. 발표시점까지 장관이 국회에 불려 다니는 횟수와 장관의 발언들을 분석하라. 발표자료가 알맹이로 꽉 차 있는지, 의례적인 수사의 나열인지 따져보라. 모든 게 예측가능하고 장관을 믿을 만한가?

지금까지 신 위원장은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투자자들이여, 그렇다고 마냥 안심하진 말라. 변수가 있다. 지방은행 매각과정에서 지역정서를 고려해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관치가 개입하는지, 다른 자회사 매각 때 노조와 정치적 타협을 벌이는지 주시하라. 투자의 방향을 결정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

홍수용 경제부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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