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화당원을 FBI 국장에 앉힌 오바마의 탕평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4일 03시 00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연방수사국(FBI) 국장에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법무부 부장관을 지낸 제임스 코미(52)를 지명했다. 코미 FBI 국장 지명자는 민주당 소속 오바마 대통령과는 달리 공화당원이고 개인적 인연도 없다. 그는 2004년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이 병을 앓아 법무부 장관대행으로 있을 때 도청을 인가해 달라는 백악관의 압력을 물리친 기개 있는 인물이다. 오바마는 1월 집권 2기 내각의 첫 국방부 장관에도 공화당원인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66)을 발탁했다. 정치성향보다는 능력을 산 것이다.

오바마의 탕평(蕩平)인사는 이뿐 아니다. 4년 전에는 부시 대통령이 임명했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시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을 계속 이끌도록 했고, 공화당이 선호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를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임명했다.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섰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국무장관에 임명해 오바마 1기 4년 내내 외교정책의 지휘봉을 맡겼다. 당내 경선에서 서로 밑바닥까지 들추며 대립한 정적(政敵)을 중용함으로써 클린턴 국무장관은 오바마의 ‘통 큰 정치’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반대편 인사를 중용하면서 사람뿐 아니라 정책까지도 좋은 것은 받아들였다.

오바마의 용인술이 돋보이는 것은 자신의 정책을 우위에 두면서도 포용의 정신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코미 지명자의 FBI 국장 임기는 10년으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임기는 존중된다. 로버트 뮬러 FBI 국장은 12년 동안이나 재임했다. 이에 비해 우리 국가정보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치른다. 같은 당이 집권해도 원장이 교체될 뿐 아니라 물러난 원장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법정의 피고인석에 서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국정원이 본업인 국가 안보는 소홀히 하고 정권 안보를 앞세운 때문이다.

박근혜정부가 그동안 설움을 당했다고 해서 ‘MB맨’을 내치는 뺄셈의 정치로는 진정한 통합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박 대통령의 인선에 변화 조짐이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노무현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인하대 교수를 노사정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이나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를 총리 자문기구인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해 진보 진영을 포용하려는 것은 비록 씨앗에 불과하지만 의미가 작지 않다. 공공기관장 인사에서도 같은 기조를 유지하길 기대한다. 네 편이든 내 편이든 역량 있는 사람을 높이 쓰는 오바마의 국정철학에서 박 대통령이 배울 바가 있다.
#공화당원#FBI 국장#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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