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乙을 위한 정치? 슈퍼甲 국회부터 특권 내려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0일 03시 00분


여야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가 그제 4개 쇄신 과제에 대한 의견서에 합의했다. 4개 과제는 국회폭력 예방과 처벌 강화, 국회의원 겸직과 영리업무 금지, 의원연금제도의 축소,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이다.

국회의원이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면 국회의장이 의무적으로 고발토록 하고,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으로도 국회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게 처벌을 강화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국회 폭력을 근절하겠다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국회의원이 교수나 변호사 같은 직업을 겸하거나 영리 행위를 못하도록 한 것도 바람직하다. 19대 국회부터 당장 적용해야 한다. 의원 연금은 기존의 수급자 가운데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주고 폐지하는 게 옳다. 인사 청문 대상을 지나치게 넓히는 것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하고 정쟁을 가열시킬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 차제에 능력 검증보다는 인신공격에 치중하는 인사청문회의 운영 방식도 개선했으면 한다.

문제는 실천이다. 여야는 작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거치면서 수도 없이 국회 쇄신과 정치 개혁을 약속했으나 실현된 것은 없다. 정치쇄신특위는 입법권이 없고, 의견서는 구속력이 없다. 방법은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법사위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것이다. 첩첩산중이다. 의원들이 자기 뼈를 깎는 데 흔쾌히 동의할지 의문이다. 벌써부터 교수 출신 의원들의 겸직 금지에 대한 불만이 들려온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여전히 심각하다. 국회의원들이 과도한 특권을 누리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자신과 정파만을 위한 정치를 해 온 결과다. 여야가 공멸을 피하려면 쇄신과 개혁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이번에 내놓은 4개 과제는 최소한의 개선책일 뿐이다. 이번이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여야 합의마저 무산되면 누가 또다시 특권 포기를 얘기하겠는가.

풀어야 할 과제들은 이 밖에도 많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포기와 세비 삭감,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 배제 등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갑(甲)은 정치인들이라고 말한다. 국회의원들은 ‘을(乙)을 위한 정치’를 말하기 전에 스스로 ‘갑질’부터 멈춰야 한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약속한대로 우선 4개 과제만이라도 6월 임시국회에서 법으로 만들어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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