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행복주택, 정책은 정교하게 지역주민은 포용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5일 03시 00분


최근 시작된 행복주택 공청회와 설명회가 시범지구 주민들의 반발로 파행을 겪고 있다. 해당 지역의 일부 주민은 “정부가 지자체와 주민의 의견 수렴 없이 사업을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된 7곳 중 4곳에서 공개적인 반대 의사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행복주택은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사업이다. 주택 크기는 전용면적 40∼55m²(12.5∼16.5평)로 기존 영구임대주택과 비슷하지만 주변 시세의 50∼70%로 싸게 공급한다. 정부는 5년간 20만 가구의 행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경기 안산 고잔역 일대와 서울의 공릉 가좌 오류동 등 철도용지 4곳과 서울 목동 잠실 송파 등 하천변 유수지 3곳을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했다.

이명박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은 도시 외곽에 위치해 수요가 부족한 것이 문제였다. 행복주택은 수요를 감안해 도시 안에서 추진하려 하자 주민의 반발에 부닥쳤다. 겉으로 내세우는 반대 이유는 인구와 학급 과밀, 교통 체증 등이지만 저소득층의 집단 전입을 꺼리는 탓이 크다. 행복주택에 사는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보낼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서울 목동의 경우 학급 과밀화를 반대 이유로 내세우자 당국은 신혼부부에게 자녀가 생겨 취학 연령이 되면 입주자를 교체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고 한다. 나라 전체가 아이를 낳으라고 권장하는 마당에 ‘아이가 생기면 방을 빼도록 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까지 한 것이다.

입주자가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라지만 행복주택도 장기적으로는 슬럼화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 정부는 이런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설득력 있는 정책 방안을 제시하고 지역주민의 의견 수렴에 힘써야 한다. 주민도 여러 계층과 어울려 사는 공존(共存)의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대형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때는 소형 아파트를 일정 비율로 지어 여러 계층이 함께 거주하는 형태를 취했다. 행복주택은 대규모 주택지에 생짜로 끼워 넣으려니 반발이 생기는 것이다. 주민 설득 노력과 함께 보다 정교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 행복주택 사업은 박근혜정부에서 정책 설계와 갈등 관리 능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행복주택#시범지구#지역주민#저소득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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