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년연장과 청년고용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일 03시 00분


어제 열린 제3차 인구·고령화포럼(주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박기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근로자의 정년을 1년 연장하면 6년 뒤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 상승한다는 영국 정부의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우리 국회는 2016년부터 사업장별로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년 연장을 앞두고 있는 한국은 영국의 정책적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2011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1세에 이른다. 장수 시대를 맞아 심신이 건강한 장년층이 더 일하도록 하자는 정년 연장 법안에 반대할 명분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장년층이 일하는 기간이 늘어나면 청년층의 신규 고용이 줄어들어 세대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장년층과 청년층이 같은 일자리를 놓고 다투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 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1970년대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이 고령 근로자 때문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근로자들을 조기 퇴직시키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 정책이 실시됐던 기간(1977∼1988년)에 청년실업률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영국 재정연구소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05년까지 고령자들의 노동시장 참여는 청년층 고용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청년층 실업률의 가장 큰 원인이 고령자가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경기 침체 탓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년연장과 청년고용이 충돌하지 않는 이유는 장년층과 청년층이 선택하는 일자리, 요구되는 기술과 경험의 수준,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년층이 주로 선택하는 직종은 농업, 운송관리직, 단순노무직, 서비스직인 반면에 청년층은 교육전문가, 경영·회계 관련 사무직, 국가기관, 대기업을 선호해 서로 경합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기 힘들다.

기업들은 근로자 정년이 늘어나게 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지게 되므로 신규 고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는 나이 든 세대의 근로 참여가 늘어날수록 이들에 대한 국가의 재정 부담이 감소한다.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5년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인 조기퇴직 제도를 폐기하도록 제안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일자리 정책은 청년에게는 취업과 창업 기회를 넓혀주고, 경험과 기술이 축적된 장년층에게는 서비스 부문 일자리를 제공하는 이중 전략으로 가야 한다.
#제3차 인구·고령화포럼#정년연장#청년고용#실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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