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은 특사 訪中, 北 대외정책 전환점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3일 03시 00분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어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전격 방중(訪中)했다. 지난해 8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특사는 아니었다. 2011년 12월 김정일 급사(急死)로 집권한 김정은이 보낸 첫 특사다. 최룡해는 김정은 체제의 핵심 실세란 점에서 북-미 관계 정상화를 논의했던 조명록 총정치국장의 2000년 10월 방미를 연상시킨다.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3차 핵실험으로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한반도 안보 상황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북한과 중국 모두 최룡해 일행의 방중 일정과 의제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당면 현안인 북한의 핵 문제와 최근 경색 징후가 분명한 북-중 관계 복원이 최대 화두(話頭)일 것이다. 북한이 출발에 앞서 이례적으로 최룡해의 특사 방중을 공개한 만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할 가능성도 높다. 최룡해의 아버지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은 일제강점기 중국의 동북항일연군 지도자로 빨치산 활동을 해 중국 공산당과도 인연이 깊다.

최룡해의 방중은 수세에 몰린 김정은 정권의 체제방어 전략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촉구하는 강력한 대북(對北) 메시지가 나왔고 다음 달로 예정된 미중,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북한으로서는 다급한 상황이다. 북한의 특사 파견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따른 한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특사 파견은 국면 전환을 위한 공세적 시도로도 볼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려면 최대 후견국인 중국 지도부의 마음을 돌려 지원과 지지를 얻어내는 수밖에 없다. 중국이 더 등을 돌리면 당장의 식량 문제는 물론이고 김정은 체제도 흔들릴 수 있다. 특사를 통해 김정은 방중을 성사시켜 시진핑과 담판을 짓겠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

북한이 현재의 위기국면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핵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일방적인 통행 차단으로 사실상 폐쇄 상태에 빠진 개성공단부터 원상회복하는 일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개성공단 문제를 포함해 남북 관계의 정상화를 논의하는 당국 간 실무회담을 제안해 놓고 있다. 북한은 ‘근본 문제’ 해결 운운하는 억지주장을 접고 대화에 응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도 북한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 외부 세계가 내민 손을 잡는 결단을 내려야만 김정은 정권도 살길이 열리고 주민의 고통도 덜 수 있다.
#김정은 특사#최룡해#북한#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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