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법 고치려면 통진당식 ‘보조금 먹튀’도 막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일 03시 00분


작년 대선에 통합진보당 후보로 등록했다가 중도 사퇴한 이정희 씨의 처신은 우리 선거제도가 안고 있는 불합리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는 지지율 1% 안팎으로 40%대의 박근혜, 문재인 후보와 나란히 대선후보 TV토론에 참가했다. 그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면서 일방적으로 박 후보를 공격해 토론회의 취지를 변질시켰다. 두 차례의 토론회 후 사퇴했으나 그가 속한 통진당은 선거보조금 27억35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제도적 허점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그런 점에서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는 여론조사 지지율 10% 이하 후보를 배제하고 3차 토론은 지지율 상위 1, 2위 후보만 참여시키겠다는 중앙선관위의 공직선거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은 옳다. 기왕이면 아예 2차 토론부터 1, 2위 후보에게만 정책 토론 기회를 주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후보 등록을 한 뒤 사퇴하면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하는 방안이 빠진 것은 문제다. 선거 질서를 어지럽히는 무분별한 후보 단일화나 선거보조금만을 노린 등록과 사퇴는 근절해야 한다.

사전투표의 마감시간을 오후 6시까지로 2시간 연장하고, 인터넷과 우편으로 상시 재외선거인등록을 허용하면서 한 번만 등록해도 계속 유효토록 한 것, 언론사 등의 후보자 초청 대담과 토론회 상시 허용 등은 유권자 배려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예비후보자 등록을 상시 허용한 것은 정치 신인의 진입 장벽을 해소할 수 있다. 선거운동 기간 수입과 지출이 있을 때 48시간 안에 공개토록 한 것은 선거비용 투명화에 기여할 것이다.

유권자가 말 또는 전화 통화, 어깨띠 부착, 집이나 승용차에 표시물 부착 등으로 직접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한 것은 다소 걱정스럽다.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표현 자유를 확대하는 것은 좋지만 선거 과열과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선거 시설물 설치와 인쇄물 배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나 선거와 무관한 정부정책 반대 집회를 허용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의 경계가 애매하고, 고소 고발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선진 외국의 제도라도 우리 정치문화와 여건을 고려해 차용해야 한다. 선별과 완급이 필요하다. 선관위는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현실은 반영하되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좀더 정교한 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이정희 씨#불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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