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용근]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 유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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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천안함재단 이사장으로서 산화한 46용사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또 온 국민에게 천안함 폭침 사건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고 믿고 싶다.

그 결과 대부분 유족들은 남편이나 아들의 죽음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고, 국민 대부분이 민군(民軍) 합동조사단의 과학적인 조사 결과를 신뢰하게 된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한 편의 영화가 유족들의 가슴을 다시 찢어지게 하고 있다. 이제 겨우 마음의 평정을 되찾아 가고 있는 유족들이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때문에 또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의 굴레’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아 안쓰럽기 그지없다.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한 감독과 제작진은 “우리 사회는 아직도 소통이 결여되어 있다”고 하면서 단지 소통을 목적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감독이나 제작진이 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소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현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논픽션 영화이기 때문에 흔히들 기록영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성이 반드시 필요한 기본요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천안함 사건처럼 중대한 사안에 관해서는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야만 다큐멘터리 영화로서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천안함 프로젝트’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렸다고는 주장하나, 영화를 제작한 감독과 제작진의 주관적인 의견이나 일부 듣고 싶은 사람들의 목소리만을 일방적으로 담은 심각한 소통 부재의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 영화가 천안함 폭침 사건의 공식적인 조사 결과를 무조건 반대하면서 허황된 의혹만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만 대변했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정하지 못한 일방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영화를 만들어 놓고서 어떻게 우리 사회의 소통 문제를 언급할 수 있겠는가.

천안함 폭침 사건의 결론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국 호주 영국 스웨덴 전문가를 포함한 74명의 합동조사단이 정밀하게 조사하여 공식적으로 내린 과학적 결과물이다. 따라서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북한의 도발임이 명백히 드러난 사건이며, 이것은 국제사회가 신뢰하고 국민 대부분이 믿고 있는 사실 그 자체이다.

감히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영화를 만든 감독이나 제작진이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평택 해군 제2함대에 전시되어 있는 처참한 천안함 선체를 단 한 번이라도 둘러보았는지를. 혹은 천안함 폭침 사건의 희생자로서 아직도 죽음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46용사의 유족들을 만나 그들의 심정을 단 1분만이라도 경청했는지를. 그저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또 영화를 제작하기 전에 국방부 조사본부에 단 한 번이라도 자문을 하거나 인터넷상에서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를 찾아보기만 했어도 제작진이 그토록 원하던 소통에 대한 내용을 조금이라도 더 반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를 믿고 안 믿고는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수많은 국민이 인정한 사실을 묻어둔 채 단순히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의혹을 주장하며 대중을 오도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행동인지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며, 이러한 편향적인 시각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이 아닌지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약 대한민국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천안함 46용사가 하늘나라에서 ‘천안함 프로젝트’를 보고 있다면 어떤 심정이겠는가.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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