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의원 안철수, 제3세력 묶어낼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5일 03시 00분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60.5%를 득표해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32.8%)를 큰 표 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그는 “반드시 좋은 정치로 보답하겠다. 안철수의 새 출발을 지켜봐 달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현실정치는 옆에서 보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그동안 정치 쇄신의 깃발을 들고 정치에 뛰어든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거의가 좌절한 것은 현실정치를 몰랐거나 무시했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지난 대선에서 새 정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지만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국회의원 안철수는 달라야 한다. 뜬구름 잡는 식의 모호한 화법에서 벗어나 무엇이 새 정치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실력으로 성과를 보여줘야 차기 대선을 바라볼 수 있다. 정치인으로서 그는 이제 진짜 출발선에 섰다.

안철수의 국회 입성은 기성 정치권에 자극을 줄 것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수많은 정치쇄신안을 내놓았지만 지금까지는 말뿐이었다. 안철수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실제로 정치쇄신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야가 오늘 부랴부랴 국회 정치쇄신특위 첫 회의를 열기로 한 것도 안철수 현상을 의식한 때문이 아니겠는가.

안철수 바람은 중장기적으로 정치권의 판도도 변화시킬 것이다. 다수의 정치 전문가는 그가 내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신당을 만들어 독자세력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그럴 경우 지지층이 겹치는 민주당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민주당은 작년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한 데 이어 이번에 전국 12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기초단체장·광역의원·기초의원 재·보선에서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 이게 민주당의 현주소다. 민주당이 자기 혁신을 통해 이념 논쟁, 계파 갈등, 대결 정치 같은 운동권 체질의 고질적인 정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안철수 바람에 더 많이 흔들릴 것이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이완구 후보도 압도적 승리로 국회에 재입성하게 됐다. 김무성은 한때 친박의 좌장(座長)이었고 지난 대선을 승리로 이끈 일등공신 중 한 명이다. 이완구는 ‘포스트 김종필’이 돼 충청권의 맹주를 꿈꾼다. 두 사람 다 새누리당의 권력 구도에 변화를 몰고 올 만한 무게를 가졌다. 이들이 무기력증에 빠진 새누리당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면 차기 대선주자군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안철수를 포함해 돌아온 중량급 정치인들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무소속 안철수#서울 노원병#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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