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회지도층 해외 비밀계좌, 한만수 씨뿐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6일 03시 00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사퇴한 한만수 씨의 해외 금융계좌 운용과 세금 탈루 의혹은 다시금 사회지도층의 도덕성을 묻게 한다. 조세법 전문 변호사인 그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상식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나중에 세금을 냈더라도 거액의 자산을 수년간 미신고 상태로 해외 은행에 넣고 굴렸다면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을 훼손한 심각한 흠결이다.

국세청은 2011년 역외(域外) 탈세 단속을 강화하며 해외 금융계좌에 10억 원 넘게 갖고 있으면 자진 신고하도록 하는 해외 금융계좌 자진신고 제도를 도입했다. 한 전 후보자는 2011년 7월 국세청에 2006∼2010년 발생한 종합소득세 1억7767만 원을 뒤늦게 납부했다. 야당은 이 돈이 해외 비자금에 대한 세금이라며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한 전 후보자가 1억7000여만 원의 세금을 냈다면 해외 계좌에 넣어둔 돈이 수십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한 전 후보자는 최근 공개된 한 보고서에서 지하경제의 예로 해외 거래에서 발생한 소득을 국내에 들여오지 않고 은닉하는 행위를 지목했으나 정작 본인은 해외 계좌를 갖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세청에 해외 금융계좌 자산을 신고한 규모는 2011년 11조5000억 원, 2012년 18조600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해외 공사나 수출입 과정에서 허위계약서를 만들거나 해외 투자 명목으로 재산을 빼돌리는 수법이 쓰이고 있다. 세무당국은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고 세금을 탈루한 사회지도층 인사를 철저히 가려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 재원 135조 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탈세를 막겠다고 약속했다. 국세청도 적극적이다. 이 판에 해외 비자금 의혹이 있는 인사를 걸러내지 못하고 경제 검찰인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한 것은 박 대통령이 원하는 조세 정의 확립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비밀계좌#한만수#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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