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교폭력 예방 모범학교가 이 지경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경북 경산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고교 1년생 최모 군이 투신자살했다. 최 군은 유서에서 중학교 때 물리적 폭력, 금품 갈취,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밝히고 가해자의 이름을 써 놓았다. 최 군이 다녔던 중학교는 지난해 2월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필통(必通) 톡(Talk)’ 토크쇼를 시작한 곳이다. 장관이 간다고 학교폭력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 모범학교로 선정되어 장관까지 방문했던 학교가 이 정도라면 다른 학교들은 어떨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 군은 ‘지금처럼 해서는 학교폭력을 못 잡아낸다’며 ‘폐쇄회로(CC)TV를 (사각지대가 없도록) 설치해야 한다’고 썼다. 최 군이 다닌 중학교는 4층 건물의 외곽과 복도에 19대의 CCTV가 설치돼 있지만 곳곳에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었다. 감사원이 지난해 1707개 학교의 CCTV를 조사한 결과 18.8%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곳에 설치돼 있었다. 96%는 화질이 낮아 얼굴 식별이 불가능했다. CCTV 증설, 화질 개선, CCTV 감시 상근인력 배치 같은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2011년 12월 대구의 한 중학생이 말로 옮기기에도 끔찍한 학교폭력을 고발하는 유서를 써 놓고 자살해 충격을 줬다. 정부는 관계 부처를 총동원해 폭력조직인 일진 소탕, 가해학생 강제 전학, 폭력 사실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포함한 종합대책을 만들어 지난해 2월 발표했다. 그런데도 최 군의 비극을 막지 못했다. 관계 당국은 학교폭력 대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는지 점검해야 한다.

CCTV를 늘리고 화질을 개선한다고 해서 학교폭력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학교폭력은 이미 학교만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학생의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하는 가정, 공교육과 교권 붕괴, 아이들의 자포자기와 자존감 상실, 게임 중독 등 학교폭력 요인은 복합적이어서 대증 처방만으론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 무엇보다 폭력은 중대한 범죄라는 사실을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한 백약이 무효다.

박근혜 대통령은 학교폭력을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과 함께 4대 사회악으로 규정했다. 학교폭력이 성행하는 나라는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민행복과 거리가 멀다. 학교폭력이 아이들의 생명을 계속 앗아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교육현안이 어디 있겠는가. 학교에서 학생들이 인성과 공감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보완하는 일도 시급하다.
#학교폭력#투신자살#학교폭력 예방 모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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