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준식]미로(迷路) 헤매는 지방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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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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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박근혜 정부 출범과 더불어 지방대 살리기가 국정의 주요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방대 식구의 한 사람으로 오래간만에 듣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걱정이 앞선다. 새 정부의 지방대 살리기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위기감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지방대 문제에 대한 명확한 정책 목표와 수단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부패한 대학부터 정리를

대학 정원과 지원자 수가 역전되는 상황에서 지방대의 위기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들이 속출하고 있고, 추세가 반전될 기미는 없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다수의 지방대들은 조만간 존립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 확실하다. 살아남는 대학들도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로 전락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대학들 역시 시차를 두고 어려운 처지에 직면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지방대의 위기는 궁극적으로 지역경제와 사회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진다. 지방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집중적인 노력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 정부의 지방대 육성 의지가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몇 가지 처방의 방향을 제안해 본다.

그 첫 번째로 지방대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대학들에 강력한 공익적 가치 기준의 충족을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설립자나 재단의 도덕적 해이와 부패 등으로 핵심부터 썩은 대학들을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지원 이상으로 중요하다. 이것이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낭비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도덕적 해이는 사립대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가난한 지방정부의 빈약한 세금에 의존해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지방정부 산하의 도립 대학들도 과감한 구조조정과 특성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

두 번째 방향으로 오늘의 문제를 야기한 고등교육 환경의 전환 노력이 절실하다. 고등교육 환경의 변화 없이 지방대의 노력만으로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조치들이 필요하다.

당장 지역 인재 채용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 지역의 인재를 지역 스스로 육성하고, 그 인재들이 지역에서 일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방정부, 기업, 대학들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와 공공기관, 기업들이 지역 인재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지역 인재 채용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간의 기능과 역할이 확실히 분담되도록 정부의 지원 방향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대학들은 양적 팽창보다 질적 발전에 집중하고, 지방대들은 특성화에 주력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이를 위해 수도권 대학들의 무분별한 양적 팽창과 편입학은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

세 번째로 지방대의 빠른 구조조정과 특성화를 촉진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하면서 발전 잠재력이 높은 지방대들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확실히 지원해야 한다. 그 하나의 예로 지방대들의 글로벌화 노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육 여건과 역량이 잘 갖추어진 지방대들이 우수한 외국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함으로써 고등교육 산업의 글로벌화에 나설 수 있도록 유학생 유치 할당제를 도입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정부, 지원 목표 분명히 해야

정부의 지방대 정책은 당근도 채찍도 어느 것 하나 분명하지 않았다. 비전과 방향은 명확하지 않았고, 기준도 수시로 흔들렸다. 비전이 없는 정책은 전략이 없는 전투와 같다. 지방대에 대한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원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목표가 분명치 않은 안이한 발상의 당연한 결과이다. 출구가 없는 미로를 헤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지방대 살리기를 위한 명확한 방향 설정과 정책 콘텐츠가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지방대#박근혜#구조조정#특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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