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문겸]손톱 밑 가시 규제는 어디서 오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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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부 교수
김문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부 교수
요즘 중소기업을 얘기하면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손톱 밑 가시’다. 손톱 밑 가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소기업인들을 만난 후에 “중소기업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정책이 아닌 손톱 밑에 박힌 가시를 빼 주는 것”이라고 언급한 후 갑자기 유행하는 표현이다. 손톱 밑 가시는 아직 정확한 의미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이명박(MB) 정권의 전봇대 규제 개선과 대비하여 생각해보면 의미가 좀더 분명해진다.

드러나지 않는 규제, 주목 못받아

전봇대는 높이 솟아 있어 누구나 볼 수 있다. 전봇대 뽑기로 상징되는 MB정부의 규제 개선은 일정한 정책 목적을 가진 드러난 규제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MB정부는 창업 절차의 개선, 산업단지 인프라 구축을 위한 규제 개선 등 경제 활력을 살리기 위한 정책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규제 개선을 추진한 바가 있다. 그러나 손톱 밑 가시는 그 가시가 박힌 당사자만 아는 고통이다. 손톱 밑의 가시 같은 규제는 드러나지 않으며 주위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어린이집의 총 교육 시간은 안전 8개, 소방 1개, 위생 2개, 환경 1개, 직무 3개로 연간 120시간이 넘는다. 많은 경우 내용이 중복되고 지난번 교육 내용이 이번에도 그대로 되풀이되는 것이 부지기수다. 좋은 취지에서 정부가 정한 교육이 현장에서 오히려 행정 부담과 짜증을 야기하는 원인이 된다. 어린이집에 이렇게 많은 교육이 요구되는지 누가 알겠는가. 이렇게 손톱 밑 가시 규제는 그 일을 하는 사람만이 느끼는 고통이다. 실제로 자신의 손톱 밑에 가시가 박혔다고 생각해보라. 큰 병은 아니지만 아마 아무것도 못하고 힘들어할 것이다. 이러한 규제는 큰 문제로 인식되지 않아 관계기관의 개선에 대한 인식과 의지가 떨어진다. 한편, 기업 시각에서는 일종의 통행세로 인식해 규제를 수용하고 넘어간다. 사실상 을의 입장인 기업은 관계기관에 문제 제기를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손톱 밑 가시는 결국 고질적인 애로로 남게 된다.

이러한 손톱 밑 가시는 어디서 올까.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준조세다. 각종 업종 관련 단체에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 기부금 그리고 시험 검사 인증에 소요되는 과다한 수수료이다. 둘째, 숨어있는 규제다. 법률이나 시행령 시행규칙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고시, 훈령, 예규, 지방자치단체 조례의 형태를 가진 규제이다. 이러한 규제는 드러나지 않으므로 상위 정책 당국자는 모르는 특정 업종 또는 지역에 존재하는 규제다. 셋째, 규제의 집행 과정에 존재하는 가시다. 집행상 재량권이 남용되거나 과도한 서류 요구, 행정 처리의 지연에 따른 시간 낭비 등이다. 이러한 손톱 밑 가시 규제는 대부분 관행으로 고착화돼 대응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아프게 한다.

빙산은 밖으로 보이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훨씬 크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보이는 전봇대 규제보다 보이지 않는 손톱 밑 가시 규제가 그 종류도 많고 가짓수도 훨씬 많다. 그러나 너무 많은 분야에 너무 많은 종류가 산재해 있다 보니 개별 회사나 업종에 있는 사람들만 느낄 뿐 사회적 이슈나 문제로 부각되기 어렵다.

고질적 관행, 소상공인 괴롭혀

중소기업 현장에 가면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한다는데 우리는 그 혜택이 전혀 없다고 아우성이다. 바로 이 손톱 밑 가시 때문이다. 가시가 지원을 막는 장애물이 돼 혜택보다 불편함을 더 느끼게 하는 것이다. 330만 개의 중소기업 중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을 받는 기업이 몇 개나 될 것이며, 글로벌 강소기업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 기업은 몇 개나 될 것인가. 실제로 330만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이런 정책과는 상관이 없다. 그들을 위하고 도와주는 길이 바로 손톱 밑 가시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뽑아주는 일이다.

김문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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