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동률]공직자 검증은 납세자의 당연한 권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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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건축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건축학개론’을 공부해야 한다. 같은 이치로, 언론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과목이 ‘언론학개론’이다. 미디어 전공자에게 가장 중요한 전공 필수과목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랫동안 이 과목을 강의하면서 기말시험 때마다 단 하나의 문제만큼은 예외 없이 출제해 오고 있다. 미국의 수정헌법 1조를 고스란히 쓰라는 것이다.
검증행위 평가절하 용납 안돼    

수정헌법 1조는 ‘의회는 표현의 자유,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법률도 제정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이 법은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이므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자유로이 판단할 수 있는 권리와 자격을 가졌다는 ‘사상의 자유시장’ 이념에 기초하고 있다. 물론 표현의 자유를 두고 지구의 반 바퀴쯤 멀리 떨어진 미국과 우리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언론 자유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보호하려는 그 근본 취지만큼은 살펴야 한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에 이어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언론 검증과 인터넷 댓글을 두고 말이 많다. 일각에서는 인격살인이란 말까지 등장하고 당사자가 나서 자신의 가족들이 충격으로 졸도까지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파문을 계기로 언론의 지나치고 비인격적인 검증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김 전 후보자의 억울함을 대변하고 또 언론 검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여당 관계자들의 주장 또한 일정 부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고 검증행위를 평가절하하거나 규제 운운하는 것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비록 총리 후보자가 겪은 인간적인 고통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그 저의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공인은 보통 일반 사람과는 엄연히 다르다. 옆집 부부의 과거 행적을 파헤치는 것이 나의 알 권리는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먹는 공직자의 경우 당연히 꼼꼼히 검증하고, 요모조모를 따져볼 권리가 납세자에게는 있다.

물론 헌법 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며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프라이버시가 일정 부분 침해되더라도 고위 공직자, 정치인 등 공인에 대한 검증행위는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공인의 경우 비록 사생활이라도 공적활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론 검증은 법적 면책사유 적용까지 가능하다. 따라서 고위 공직자로 나선 인사가 스스로 프라이버시를 운운하며 반발하는 것은 곤란하다.
변명하려면 공직자 길 나서지 말아야     

검증이 무차별적이고 도를 넘었다고 비난하고, 벗겨진 결과에 대해 구차하게 변명하는 사람은 애당초 공직자의 길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언론이 공인을 검증하고 그 결과를 알리는 것은 기본권인 국민의 알 권리를 대신하는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란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하는 자유로 불릴 만큼 민주국가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자유이자 권리다. 능력 있는 인사 발탁의 필요성을 운운하며 보다 느슨한 검증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그 또한 지금의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것으로,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강조하건대 새 정부 출범을 눈앞에 둔 지금, 고위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언론 매체들의 검증 보도에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언론의 검증행위를 비난하는 그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자신들이 누려온 풍성한(?) 삶에 대해 겸허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것이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고, 또 더불어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된다. 착한 삶에 무리한 검증이란 없다.

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공직자 검증#이동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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