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무이자할부가 없어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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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주말. 대형 할인마트나 백화점 계산대에서 카드를 긁던 소비자들은 이런 말을 듣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고객님, 이제 무이자 할부가 안 됩니다. 일시불로 해드릴까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 무이자 할부야말로 신용카드의 ‘꽃’이 아닌가. 장당 10만 원이 넘는 공연을 갈 수 있었던 것도 무이자 할부 덕분이며, 3팩당 8만 원이 넘는 기저귀를 살 때도…. 그 정도가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 보험금, 가족여행으로 가려고 한 제주도 항공권 80만 원까지 한 번에 일시불로 내라고?

무이자 할부가 줄어든 이유는 올해 초부터 시행된 여신전문금융업법 때문이다. 그동안 카드사가 대신 내던 이자 비용을 최대 50%까지만 부담토록 하고 있다. 나머지 50%는 대형 가맹점이 내라는 뜻이다. 카드사가 영세업자들에게는 높은 수수료율(최고 4.5%)을 받는 대신 대형 가맹점에는 적게 받는(최저 1.5%) 관행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이에 따라 삼성 신한 등 일부 카드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카드사가 모두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중단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 대형 할인마트와 업체들은 “우리가 그 부담을 왜 지냐”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카드사도 “법이 그러니 우리도 무이자 비용을 낼 수 없다”고 나섰다. 연간 1조2000억 원을 누가 내느냐로 싸움이 붙은 것.

등은 소비자가 터졌다. 지금 SNS에서는 카드 무이자 할부를 거절당한 소비자들의 분통이 줄을 잇고 있다. “미리 고객에게 알리지도 않았던 카드 회사들! 그래 놓고선 매일 높은 금리의 카드론 신청하라고 전화하고 문자 보낸다. 카드회사들. 참 얌체 같아.” “‘카드 하나 만드세요’라며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사정할 때는 언제고, 혜택 다 줄이더니 이제 무이자도 없앤다고? 자기네들은 손해 안나니 뒷짐 질 테고.” “계도 기간도 없이 갑자기 시행하면 결국 아쉬운 사람은 할부로 물건을 살 수밖에 없고, 배는 카드사들만 부르겠지.”

서민과 중산층이 가장 타격을 받을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윗분들이야 일시불이나 현금으로 사지, 우리처럼 카드할부 6개월에 사봤겠느냐”, “카드 무이자 할부를 없애면 서민들은 연말연시나 명절엔 진짜 답 없다. 이번 구정은 어떡하나”라는 것.

누리꾼들 사이에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아직도 카드 안 잘랐느냐? 무이자 할부 안 되면 매달 몇만 원씩 이자로 더 내야 한다. 손해 보면서까지 쓰느니 이 기회에 체크카드로 갈아타자”고도 한다.

반면 그동안 설움을 당했던 일부 영세 가맹점들은 은근히 반기는 눈치. 자신을 가맹점주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그동안 우리 같은 업자들에게 수수료 뜯어서 무이자 생색은 카드사가 냈다. 수수료 최소화하고 카드 혜택 축소하는 게 맞는 방향이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무이자 할부 중단이 단순히 불편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결국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한다. 나눠서 갚을 수 없다면 결국 호주머니를 잠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장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신용카드 청구액을 보며 올해에는 꼭 소비를 줄이리라 결심한 사람이 많다. 이유야 어쨌건 나중에 들어올 월급 믿으며 ‘지르는’ 행태는 줄어들 것 같다. 금융당국이나 카드사, 대형 할인마트가 그런 큰 뜻으로 한 행동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무이자할부#신용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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