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공단]한국의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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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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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공단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오공단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 대선의 결과는 남녀 차별이 심하던 1970년대, 그 차별로 한국에서 교수직을 얻지 못하고 30세의 만년 대학원생으로 유학길에 올랐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박근혜 후보의 대선 승리 소식을 접하는 순간 뽕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는 게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여겨졌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월드 이코노믹 포럼이 매년 발간하는 국제 성차별 보고서(2011년판)는 한국의 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35개국 중 한국의 남녀 평등지수는 108위다. 평가지표는 경제 활동과 기회, 교육, 건강과 생존, 그리고 정치 참여다. 이 중 정치 참여는 86위로 그래도 다른 지표들보다 괜찮은 편이지만 나머지는 90∼100위를 맴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계기로 한국의 정치 참여 지수는 큰 폭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그것도 국민 과반수 지지를 받아 당선됐기 때문이다.

미국 비행장관리협회 부사장은 나와 아침 운동을 함께하는 친구인데 어느 날 느닷없이 말했다. “한국으로 여행을 가려는데 도와 달라”고. 가족과 함께 한국에 휴가여행을 가는데 볼 곳이 너무 많으니 좀 선택해 달라는 것이었다. 얼마나 가슴이 벅차고 감동스러운지 눈물까지 글썽이며 정성스레 방문지 명단을 만들어 줬다.

경제지표는 파리와 런던 싱가포르 시드니 등 대도시에서 우리를 영접하는 한국 기업들의 선전 광고판이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 삼성대리점은 선남선녀들로 늘 만원이다. 소니도 샤프도, 파나소닉도 도산하거나, 도산할 가능성이 높은데 후발 주자인 삼성과 LG, 현대 등이 세계적 브랜드로 자리 잡은 모습에 다시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은 건 한국의 정당 정치였다. 거짓말, 과장, 허위비방, 과대평가, 자만, 흑색선전 등 인간의 모든 더럽고 추한 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분야가 정치였다. 한국은 이제 새로운 시작을 맞고 있다. 과반수 득표로 여성 정치인에게 처음으로 국가 원수직을 맡긴 것이다. 유교와 전통적 남성 본위의 사회인 한국이 여성을, 게다가 야당의 비방을 빌리면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아보지 않은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박 당선인은 이제까지의 정치를 개혁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될 거라고 나는 믿는다. 이는 신문을 읽어서, 당선인의 정치 경력을 믿어서가 아니라 아주 오래전 대학에서 그를 가르쳐 봐서 생긴 것이다. 많은 학생이 커닝하고 남의 글 베끼는데 박 당선인은 올곧게 자기 공부를 하고 정직하게 맡겨진 과제를 수행했다. 자기 할 일을 알고 최선을 다했다.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젊은 시절 성격이 평생을 가고 40세 이후에는 기적이 아닌 이상 성격 변화는 드물다고…. 학생 시절의 정직성과 성실성에다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들을 껴안고 자질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쓰겠다는 구호. 그 구호를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연구원의 미국인 동료가 보낸 e메일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한국은) 지도자로 미즈 박을 택했다. 미국이 오히려 뒤처지는 게 아닌가 싶다. 아마 우리가 여자 대통령을 뽑았더라면 진작 재정 위기를 극복했을지도 모르지. 당신이 태어난 나라를 위해 축배.”

오공단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박근혜#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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