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찬권]국가안보실 신설을 위한 전제조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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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
오늘날의 안보환경은 전통적인 군사 위협과 대규모 재난 등과 같은 비군사적 위협을 동시에 아우르는 포괄적 대비·대응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국가안보·위기관리체계는 여전히 컨트롤타워 부재와 전문성 통합성 효율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마디로 제2의 천안함, 연평도 사태나 대규모 재난과 같은 국가적 위기가 재발하면 늑장 보고, 초기대응 부실, 땜질식 처방 등의 행태가 재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영토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때마침 박근혜 당선인이 ‘국가안보실’을 신설해 국가안보·위기관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부처별로 분산·축소돼 있는 관련 기능과 유명무실한 지자체 위기관리 시스템의 정비 없이는 국가안보실을 신설해도 현재 시스템과 별반 차이가 없을 소지가 크다. 이런 측면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 국가안보실은 현재의 외교안보수석실과 국가위기관리실 조직 기능을 일원화해 국가안보·위기관리의 총사령탑으로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평시와 비상시로 이원화된 조직 기능을 통합해 국가안보·위기관리에 대한 목표 및 전략 수립, 정책기획, 정보수집평가, 종합상황실 운영, 교육훈련 조정통제 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으로 분산·이원화된 재난·민방위와 축소된 비상 대비 조직을 하나로 묶어 총리 직속의 독립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 현행 체제는 업무 이원화와 중복, 조직 축소로 총괄기획과 조정·통제, 체계적인 교육훈련 실시 등 집행 기능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잦은 보직 이동으로 업무 전문성이 심각하게 훼손돼 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셋째, 지자체별로 각양각색인 위기관리 조직을 정형화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수직·수평적 업무 연계성이 유지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인력을 배치해 위기 발생 시 지자체장의 의사결정을 보좌할 수 있게 제도화해야 한다. 미국도 우리의 비상계획관 제도와 유사한 비상대비연락관을 운영하고 있다.

넷째, 국가위기관리의 등뼈이자 모법(母法) 역할을 수행하도록 최상위법으로서 가칭 ‘국가위기관리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 현행 국가위기 관련법은 대부분 사후약방문식으로 생겨났기 때문에 위기 개념과 법령 체계가 모호하고 용어 혼재, 상호 연계성이 약하다. 미국의 스태퍼드법이나 일본의 재해대책기본법과 같이 상위법으로서 위상과 기능이 발휘되어야 평시 안보·위기관리 관련 조직 편성, 정책 및 계획 수립, 연습 훈련 등의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

끝으로 국가위기에 대한 개념 재정의, 위기관리 전문인력 양성, 국내외 자원봉사자 및 비정부기구와 긴밀한 협력체제 구축 방안도 고민해야 할 분야다. 또 각종 자원의 최신 현황 관리, 유사시 실시간대 자원 동원을 위해 통합 데이터베이스화, 그리고 국가종합상황실 24시간 운영도 검토해야 한다. 천안함 폭침 시 인양 크레인 위치를 추적하여 현장에 투입하기까지 사흘이나 소요된 것은 평소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할 자원상황실 기능의 부재로 나타난 결과다.

최근 주변국 간 주도권 쟁탈을 위한 첨예한 경쟁과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북한 무력도발과 3차 핵실험 가능성 제기로 안보 불안정성이 더없이 높아지고 있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국가안보·위기관리시스템 재구축은 국가 보위와 국민 행복이 걸린 중차대한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
#안보#군사#외교#위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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