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환익]전력 보릿고개를 넘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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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대한민국은 이제 전력 ‘보릿고개’에 들어서고 있다. 예상보다 한 달 이상 일찍 찾아온 한파는 대기를 급속히 냉각시켜 1월은 평균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체감온도는 더 떨어져 각 사무실은 물론이고 가정에서도 난방기구 사용이 급증할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사람이든, 가축이든, 심지어 실내 작물을 위해서도 거의 모든 난방을 전기로 하는 세상이다. 석유난방에 한 달 쓸 비용이면 전기난방으로 한겨울을 나니 전기로 수요가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1월 초의 신년 분위기가 지나고 중순부터 산업시설이 본격 가동되면 우리 전력 사정은 매우 긴박해질 것이다. 이후 2월 말까지 전력 당국자들에게는 피 말리는 시간이 이어질 것이다. 특히 평일 시설 가동이 시작되는 오전 시간과 퇴근 전의 하루 목표량 충족을 위한 업무집중도가 높은 오후 5, 6시경이 위험한 시간대다. 또 흐린 날은 조명 사용이 급증해 설상가상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대정전(블랙아웃·black out)은 말할 것도 없고 순환단전을 막기 위해 정부와 전력 당국이 가장 크게 의존하는 수단은 산업체나 대형 건물의 작업시간 조절을 통해 피크시간대의 전력사용을 피하도록 하고, 이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물론 여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또 전압을 조정해 공급량을 늘리지만, 이는 전력의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전기품질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로서는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단은 아니다. 공공기관의 절전과 민간발전기의 동원 등도 수급난 해소에는 기여하지만 부분적인 처방일 따름이다.

무엇보다 제일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전력난 극복은 국민의 자발적인 절전에 있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전력의 25%만 줄여 쓰면 우리는 전력 보릿고개를 힘들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 어렵다면 피크시간대만 협조해도 된다. 한 등만 켜기, 내복 입고 난방온도 2, 3도 낮추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가전제품 플러그 빼기, 직장에서 점심시간 앞당기기 등 자발적인 절전 방법은 많다.

난방에 중독되지 않고 약간 춥게 지내는 것은 건강과 피부에도 좋다고 한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호흡기 질환, 아토피 피부염 등에 대항하는 면역성을 키우기 위해서도 건조하지 않고 좀 선선하게 방 공기를 환기해 주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쉽게도 축구선수 박지성, 아이돌 가수 수지 등 스타들을 동원해 절전 캠페인을 해 보지만 아직도 자발적인 절전 분위기가 국민 속에 자리 잡지 못한 것 같다. 이제 정부나 언론, 시민단체들도 다 같이 참여해 두 달 간만 대대적인 생활절전 캠페인을 벌였으면 한다. 내년부터는 전력 수급 사정이 많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때까지만이라도 한겨울과 한여름에 오는 전력 보릿고개를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 하던 마음으로 이겨냈으면 한다. 그것이 우리 아빠들이 산업현장에서 마음 놓고 생산활동에 임하도록 도와주는 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방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인 우리 전기요금의 현실화에서 찾아야 함은 물론이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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