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태동]세대갈등 악용하는 정치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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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동 문학평론가·서강대 명예교수
이태동 문학평론가·서강대 명예교수
영국 소설가 H G 웰스는 선거를 축제(祝祭)라 했다. 국민이 자기가 지지하는 사람에게 투표를 하고, 결과에 승복하고, 승자에게 갈채를 보내고, 패자를 위해 위로의 잔을 들며, 화합의 미래를 향해 새로운 출발을 하는 장(場)이기 때문이다.

화합을 위한 대축제라고 말하는 선거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승자와 패자 사이에 적지 않은 앙금이 남아 우리 사회의 불안 요소로 잠복하고 있다.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세대 갈등은 그동안 우리들이 아프게 겪어왔던 지역 갈등보다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젊은이 가운데 2030세대 일부는 선거를 마친 지금도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표를 준 중장년층에 대한 증오심에서 “노인들에 대한 지하철 무임승차를 폐지하라”는 온라인 서명까지 받고 있다.

젊은이들의 반항은 역사적으로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아버지 세대에 대해 이렇게 무분별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귀중한 삶의 에너지를 낭비함은 물론이거니와 사랑과 ‘인간에 대한 예의’를 무너뜨리고 황폐화시키는 반문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동서남북으로 찢긴 우리가 세대 갈등이라는 또 하나의 분열에 부딪히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일차적인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여야 할 것 없이 젊은이들의 투표 성향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스스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없게 만들었다. 모든 젊은이는 ‘진보적’이고 노장년층은 ‘보수’로 우리 국민을 이분법적으로 양분해서 젊은이들만 아프다는 듯이 인기영합주의에 가까운 태도로 접근했다. 세대 갈등을 치유하거나 바로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아직까지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원인은 바늘구멍과 같이 어려운 그들의 취업 문제 못지않게 가정교육 부재와 공교육 붕괴에 있다. 전교조 이념 교육과 무한 입시경쟁 속에 부실한 인성 교육은 이들로 하여금 아버지의 위엄과 권위를 박탈해 버리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던가. 사회 각계각층에서 학교 현장에서의 집중적인 수신(修身) 교육 강화에 대한 소리가 높은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생을 짊어지고 앞길을 개척해야 하는 젊은이들은 운명적으로 아프다. 동시에 그들은 특권으로 주어진 젊음과 정열로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노년층에게는 젊은이들과는 달리 지난 세월 어려움을 타개하면서 얻은 밝은 지혜가 있다.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은 젊은층과 노년층이 가진 이 두 가지 DNA를 성공적으로 결합하는 데 있지 않을까.

앞으로 어떠한 정치세력이라도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 젊은이들이게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만 보게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들의 귀중한 자산인 극기(克己) 정신을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동 문학평론가·서강대 명예교수
#세대갈등#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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