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진념]어려운 나라 돕는 체계를 제대로 갖추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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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념 전 경제부총리
진념 전 경제부총리
2004년 2개국에서 시작한 한국 경제발전 지식나눔 사업은 작년에는 33개국으로 크게 늘어났고 반세기 만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한 ‘한국 모델’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10년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 함께 성장(Shared Growth)’을 앞세운 개발핵심의제(Korea Initiative)가 채택됨으로써 그동안 받아온 지원을 국제사회에 환원하고 지구촌 불균형을 시정하며 동반성장의 길을 모색하여 나가게 되어 우리의 보람과 책임을 드높이는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8년 전 한국 경제의 발전 경험을 많은 나라와 공유함으로써 반세기 한국 경제 사회 발전에 도움을 준 나라들에 보답하고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범세계적 노력에 동참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지평을 넓히고자 시작된 지식나눔 사업이 본격적인 추진 단계로 들어서게 된 것에 뿌듯한 보람을 가져야 하겠다.

그러나 개발 경험 교류 사업의 성공적인 진화를 위해서는 그동안의 사업 추진 과정을 성찰하고 대표적인 ‘국가 브랜드’ 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체험을 바탕으로 지식공유 사업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차별화 전략이다.

우리보다 앞서가는 선진국들은 상당 규모의 지원을 약속하고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도 국제사회에 지원하는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지원 규모의 확대보다 진정성 있는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전략이라고 본다. 돈보다도 경험으로 승부하자는 것이다.

둘째, 수혜국 중심 접근이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는 수혜국이 참조할 만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협력 대상국의 수요(Needs)를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맞춤형 전략으로 접근하는 지혜를 갖추어야 하겠다. 특히 정책 당국자나 관련 전문 인력의 교류와 교육이 실효성을 높이고 인적연대(Network)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되겠다. 물론 수혜국 정책 결정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이 사업 추진의 전제가 된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셋째, 국제기관과의 협력이다. 과거 우리도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 등 여러 국제기관과의 협력을 통하여 많은 지적(知的) 지원을 받아 왔다. 특히 김용 총재가 세계은행이 한국과 협력하여 개발 경험의 지식을 국제사회와 나누자는 열정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세계은행의 경제연수원(WBI)과 공동으로 한국의 발전 경험을 나눌 수 있는 특별 과정을 만들었으면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북한의 국제화(북한은 ‘개혁과 개방’이라는 표현에 부정적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종합적 추진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우선 정부 내 대외협력 사업의 역할과 기능을 분명하게 하고 정합성을 높여야 한다. 나아가 정부 및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협력하여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도록 하여야 한다. 현재와 같은 정보의 단절이나 경쟁적인 사업 추진은 사업의 효과성을 제약하고 수혜국에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네 가지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지식공유 사업 추진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관계기관들끼리의 협력과 조율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수혜국별 협력 경험이 상호 교환되고 있는지, 부문별 인적 연계망은 갖추어져 있는지, 지식 전달 체계는 작동하고 있는지, 단기적인 안목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운용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점검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체제를 바로 세워야 한다. 우리의 지식 협력 사업도 역동적인 ‘한국 스타일’답게 변화하고 진화해야 한다.

부처 간 장벽을 넘어 소명의식을 가지고 국제사회와 개발 협력을 추진해 나간다면 지구촌의 불균형을 시정하고 세계 경제의 지속 성장에 기여하는 대한민국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
#경제불균형#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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