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편협한 정체성부터 되돌아보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4일 03시 00분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는 이번 대통령선거 결과를 놓고 “질 수밖에 없는 선거였다”와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로 해석이 엇갈린다. 전자(前者)는 주로 친노(친노무현) 주류 쪽에서 나오고 후자(後者)는 비노(비노무현) 비주류 쪽 반응이다. 친노 주류는 선거 패배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고, 비노 비주류는 “친노 때문에 졌다”는 원망으로 가득하다. 선거 패배를 두고도 현저한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이 민주당의 현주소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번 패배에 대해 “친노의 한계일 수도, 민주당의 한계일 수도, 우리 진영의 논리에 갇혀 중간층 지지를 확장해 나가는 데 부족함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친노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그가 스스로 친노의 한계를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친노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포용과 화합을 거부하는 독선, 철 지난 이데올로기로 세상을 재단하는 편협성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노 정부 시절의 언론 편 가르기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선거기간 내내 종합편성채널 출연과 관련해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였다. 대선을 치르는 정당이 대중 미디어 출연을 거부하는 것이 정상인가.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와 친노 인사들을 대거 끌어들이면서 사실상 ‘친노 정당’으로 탈바꿈했다. 친노가 당 대표와 대선후보를 독식(獨食)하고 ‘중도 진보’였던 민주당의 정체성을 왼쪽으로 급격하게 이동시켰다. 올해 4월 총선에서는 종북 극좌 성향의 통합진보당과 연대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거론했다. 이런 좌클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안보에 대한 보수층 및 중도층의 불안감을 높여 총선 대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안철수 지지자 가운데 상당수가 문 후보에게 등을 돌린 것도 민주당의 지나친 좌편향과 무관치 않다.

민주당에서 자성론(自省論)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국민은 맹목적인 정권 교체와 야권 단일화를 원한 것이 아니었는데 우리의 눈높이에 국민을 끼워 맞추려 했다”고 비판했다. 김영환 의원은 “이제 친노의 잔도(棧道·벼랑길)를 버리고 새로운 길로 가야 한다”고 했다. 주승용 의원은 “우클릭해서 중도를 끌어안을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 다수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면 수권(受權) 정당이 될 수 없다. 민주당은 새 출발에 앞서 친노로 상징되는 편협한 정체성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민주당#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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