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가 국민에게 사실 밝히는 게 민주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9일 03시 00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측은 국토해양부 등이 16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나온 문 후보의 발언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것을 두고 “관권 선거 개입”이라고 말했다. 설혹 잘못된 사실이 TV토론에서 나왔더라도 정부는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논리와 다름없다. 정부의 선거중립 의무를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납득하기 힘든 주장이다.

문 후보는 TV토론에서 올여름 주요 하천에 녹조가 크게 발생한 것이 4대강 사업 탓이라며 “낙동강을 예로 들면 보(洑)가 8개나 설치돼 과거에는 하류에나 발생하는 녹조가 대구 북쪽까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금년 녹조는 보가 설치되지 않은 북한강에서 최초로 발생했고, 보가 설치된 남한강에선 발생하지 않는 등 4대강 보와 녹조 발생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문 후보가 4대강 유지 관리비로 수십조 원의 예산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유지 보수 비용은 올해 2000억 원 미만으로 책정됐고, 내년도 그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문 후보가 자율형사립고의 등록금이 대학 등록금의 3배 수준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는 별도 자료를 내지는 않았지만 기자들의 취재에 응답하는 식으로 “자사고의 등록금이 일반고의 3배인 것을 착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상 자사고는 일반고의 3배까지 등록금을 받을 수 있다. 문 후보 측은 “민족사관고 학비는 1770만 원, 하나고 학비는 1370만 원”이라고 다시 주장했으나 등록금에다 기숙사비 등 다른 경비까지 포함한 학비 전체를 대학 등록금과 비교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 교과부는 문 후보가 나로호를 이명박 정부의 실패 사업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나로호는 김대중 정부 시절 시작된 사업이고, 국제협력 상대를 러시아 흐루니체프사로 결정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에서는 여야 대선후보가 TV토론을 진행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각 후보 캠프에서 상대 후보의 발언 가운데 사실 관계가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한다. 차기 지도자의 자질 검증 차원에서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고 진실을 전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행정당국의 사실 확인은 정부가 지켜야 할 선거중립 의무와 무관하다. 국민이 진실을 알아야 바른 판단과 민주적 선택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간병비를 포함해도 1조5000억 원으로 4대 질환 보장 공약의 이행이 가능하다’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서도 같이 지적했어야 했다.
#정부#진실#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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