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성현]정부 R&D예산, 총예산의 5% 이상으로 법제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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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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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박성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과학기술은 세계적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과학기술 경쟁력은 연구개발(R&D) 투자에 좌우된다.

정부의 R&D 투자 금액을 살펴보면 2002년 6조1000억 원에서 2012년 16조 원으로 지난 10년간 매년 10% 정도의 투자가 확대되어,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기폭제가 되어 왔다. 그러나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발표에 따르면 내년 정부 R&D 예산 규모는 5.3% 늘어난 16조9000억 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이는 물가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부 R&D 투자 확대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내년 민간부문의 R&D 투자도 경기 전망 불투명 등으로 투자 확대가 의심스러운 형편인 점을 감안하면, 국가 R&D 투자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1인당 국민총소득을 보면 2007년까지 가파르게 증가하다가 2007년 이후로는 2만 달러 선에서 후퇴하거나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2만 달러의 굴레에서 벗어나 4만∼5만 달러 선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정부 R&D 투자 규모가 연 10% 정도 계속적으로 증가해야 한다. 이런 정책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필요조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표를 의식한 복지 약속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으며, 성장보다는 분배 위주의 정부정책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어 국가 성장 전략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R&D 예산은 2012년 정부 총예산의 4.9%, 2013년 4.93%로 5%에 육박한다. R&D 투자가 중요한 성장 동력인 만큼 과학기술기본법에 정부 R&D 예산을 정부 총예산의 5% 이상으로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5%에 근접해 있으므로 큰 무리라고 생각되지 않으며, 어떤 정당이 집권하든 관계없이 법제화를 통해 중요 성장 동력의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국과위에서 발표한 ‘2011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R&D 예산 중에서 기초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에 30.7%(개발연구 49.2%, 응용연구 20.1%)로 선진국의 40∼50%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창조적 과학기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초연구에 대한 정부지원 비중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져야 한다. 오늘날의 지식기반 사회에서 기초연구가 원천기술 개발과 고부가가치 산업 창출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 R&D 예산 중 기초연구에 더욱 과감히 투자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연구비 투자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연구장비 및 시설 등 기초연구 인프라 구축에 연구비를 사용하면, 연구장비 및 시설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살아날 것이다. 대학 및 연구소에서 연구과제 지원금으로 연구 인력이 고용되면 새로운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연구 결과로 새로운 벤처기업이 태어나면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기초연구, 특히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의 가장 확실한 길이다. 우리 후손이 좀 더 풍요롭게 살고 세계에서 좀 더 영향력 있는 국가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정부 R&D 예산이 계속 증가해야 한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 과학기술기본법에 정부 R&D 예산을 정부 총예산의 5% 이상으로 법제화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해 볼 시점임을 강조하고 싶다.

박성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R&D#예산#경제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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