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상철]착한 기업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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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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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산업부장
김상철 산업부장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와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통 큰’ 기부에 나서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나눔으로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지난달 26일 연말 불우이웃 돕기 모금을 시작하자마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보다 50억 원 많은 200억 원을 1호로 기부했다. 뒤질세라 삼성그룹은 작년보다 200억 원 많은 500억 원을, LG그룹도 100억 원을 내놨다. 다른 기업들도 추위 속에 직원들이 김장을 담가 불우이웃에게 전달하거나 쌀, 라면, 연탄 같은 생필품을 배달하는 등 연말 봉사활동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현지에서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올해 ‘따뜻한 한국기업 세계를 품다’ 연중 시리즈를 통해 포스코 LG전자 SK텔레콤 두산비나 STX 대우일렉 대한생명 아모레퍼시픽 광물자원공사 등 많은 기업이 해외에서 현지 맞춤형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감동적인 모습을 소개했다. 이처럼 사회적 책임에 큰 관심을 갖고 종업원, 협력회사는 물론이고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 기업이 제품을 만들고 팔아 돈만 벌면 된다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한층 성숙해지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국위를 선양하고 한편으론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게 하는데 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 일각에선 우리나라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성장을 이끌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에서는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법적 책임과 윤리적 책임에서 미흡한 점이 많아 그렇다고 평가한다. 그동안 기업들이 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기업에 대한 인식을 좋게 하는 데 별 효과가 없었던 반면에 얼마 전 이슈가 됐던 일감 몰아주기나 동네상권 침해 논란 등 문제가 됐던 부분은 기업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불만이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반복되는 경제위기로 저성장이 장기화하면서 취업난이 가중되고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이 주요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뜨고 있는 게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경영에 우선순위를 두고 사업을 하는 이른바 ‘착한 기업’이다. 빌 게이츠가 2008년 다보스포럼에서 자본주의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혁신하자며 제안한 ‘창조적 자본주의’와 일맥상통한다. 악덕 기업 같은 나쁜 기업이 적지 않다 보니 소비자도 착한 기업에 호의적이다.

사회공헌 활동에 적잖은 투자를 하는 착한 기업이 지속할 수 있을까. 제품이 뛰어나고 가격 경쟁력도 있으면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경쟁에서 밀려 살아남기 어렵다. 착한 것 못지않게 가격 대비 가치를 따지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강하지만 착하지 않은 기업은 고객의 신뢰를 얻지 못해 강하고도 착한 기업이 등장하면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최근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동시에 사회 문제도 해결한다는 ‘공유가치’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착한 기업에 머물지 않고 혁신을 통해 강한 기업이 돼야 공유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그런 기업이 많아져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하고 밝아졌으면 좋겠다.

김상철 산업부장 sckim007@donga.com
#경제민주화#착한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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