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병호]‘제2 제주국제학교’ 타지역에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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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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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 서울 세현고 교장
이병호 서울 세현고 교장
21세기 교육의 특징 중 하나는 국경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 1980년대 후반부터 해외유학이 활발해졌고 1990년대 후반부터는 조기유학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때 ‘기러기 아빠’ ‘독수리 아빠’라는 말도 등장했다. 학생들이 어린 나이에 타국 생활을 하면서 적응에 실패하거나 장기간 생이별로 가족 간 결속력이 약화되고, 유학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가정 경제가 파탄 나는 등 부작용도 많았다.

“적은 비용으로 해외유학 효과”

요즘 주목받고 있는 제주 국제학교는 조기유학 열풍을 흡수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획됐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현재 제주도에는 초중등교육법이나 사립학교법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공립 국제학교 KIS 제주, 영국계 사립학교 노스런던 칼리지에이트스쿨(NLCS)제주, 캐나다계 사립학교 부랭섬홀 아시아(BHA) 등 3개 국제학교가 있다. NLCS와 BHA는 1학년부터 12학년까지, KIS 제주는 9학년까지 교육과정이 개설돼 있고 12학년까지 과정을 추가로 개설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학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자녀나 일정 기간 해외에서 거주하다 귀국한 자녀만 입학할 수 있고 내국인 비율도 30%로 제한하지만 제주 지역 국제학교는 기본적인 수학 능력 외에는 내국인의 입학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건 많이 알려졌다.

이들 학교가 최근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NLCS와 BHA는 주로 유럽계 대학 진학 시 활용 가능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KIS 제주는 미국 국무부에서 해외 정규 학교를 위해 만든 AERO(American Education Reaches Out)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한국어와 한국사 과목을 제외한 모든 과목을 외국인 교사가 영어로 진행해 영어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졸업 시 국내외 학력을 모두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도 많은 학부모들이 장점으로 꼽는 이유다. 해외유학 비용보다 적은 액수로 해외유학 못지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기대를 하니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육여건 하나 때문에 제주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니 우리 교육 소비자들이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제주의 실험을 통해서도 입증된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의 몇몇 국제학교만으로는 조기유학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인천 송도의 채드윅이나 대구국제학교(DIS)의 경우 현재 30%인 내국인의 비율을 좀더 확대함으로써 이들 수요를 흡수하고, 해당 학교 운영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더불어 올해 정부가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한 인천, 대구, 여수 지역에 제주와 유사한 형태의 국제학교를 설립해 이들 수요를 충당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교육여건 바뀌며 제주경제 살아나

일부에서는 국제학교가 비싼 교육비 때문에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킨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제주 국제학교는 학비가 연 2000만∼3000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외국의 사립학교에 조기유학을 보내는 비용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이 경우 국가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외화를 절약할 수 있다.

양극화를 우려하며 국제학교 설립을 반대하기보단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예로 국제학교에서 입학생의 일정 비율을 저소득층 장학생으로 선발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각 분야에서 국가 간의 경쟁이 치열해져 가는 무한 경쟁 시대에 우수한 인적 자원을 육성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국제학교를 비롯한 글로벌 교육 서비스 확대는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인적 자원을 육성하는 첫걸음이다.

이병호 서울 세현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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