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조수진]언제까지 ‘닥치고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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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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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정치부 차장
조수진 정치부 차장
“몸은 좀 어떠냐.” 민주통합당 출입 기자들의 인사말이다. 지도부 선출을 위한 두 번의 전당대회(1·15 전대, 6·9 전대)를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4·11 총선을 거쳐 대선까지 ‘민주당 자체 경선→다른 야당이나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 룰 협상→후보 단일화→본선’ 등 평균 두 달짜리 코스를 세 번이나 반복하면서 대부분이 몸살, 감기를 달고 사는 까닭이다. 일종의 ‘직업병’인 셈이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쳐도 너무 지쳤다”라는 푸념이 많다. 1년 내내 ‘상시 선거’를 치르다 보니 몸도, 마음도 피곤에 절었다는 얘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민주당은 9월 25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경선을 실시해 박영선 의원을 후보로 선출했다. 박 의원을 포함한 4명의 후보가 보름가량 TV토론회, 합동 연설회 등을 벌인 결과였다. 이후 민주당은 다시 △두 차례의 여론조사(30%) △세 차례의 TV토론회 후 배심원(2000명) 판정(30%) △10월 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3만 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한 국민참여경선(40%) 결과를 합산해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했다. 체육관 임대료, 여론조사 비용 등 돈도 돈이지만 민주당 후보가 되고 최종 관문까지 가는 과정은 극기 훈련 코스, 그 이상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9월 26일 단 한 번의 경선으로 후보를 확정했다.

4·11총선 때도 여야 대진표는 선거 20여 일 전인 3월 19일에야 확정됐다. 민주당이 자체 공천 결과를 2월 22일부터 순차적으로 발표했지만 통합진보당과의 단일화를 거쳤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의 여야 구도도 선거를 불과 3주 남겨 놓은 23일에야 확정됐다. 이마저도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포기한 덕분에 가능했다.

언제부터인가 민주당은 ‘단일화’를 금과옥조처럼 떠받들고 있다. 민주당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보수는 여전히 위력적이어서 단일화 없이는 이기기 어렵다”라는 점을 이유로 댄다. 실제로 1987년부터 2002년까지 네 차례의 대선만 봐도 단일화는 필승 전략이었다. 단일화하는 쪽은 승리했고, 단일화를 못한 쪽은 패배했다.

그러나 단일화는 선거를 ‘깜깜이 선거’로 전락시키면서 ‘후진(後進) 정치’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번 대선 과정만 복기해 봐도 안 전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9월 19일 이후 이달 23일 사퇴할 때까지 그의 국가경영 비전이나 정치 철학은 ‘단일화’란 이름의 안개에 파묻혀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가 야권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느냐, 누가 야권의 단일후보가 되느냐를 놓고 이런저런 관측과 밀고 당기기, 보도가 난무했다.

민주당은 근본적인 개선책을 고민할 때가 됐다. 단일화 없이도 단독 집권, 단독 승리를 노릴 수 있는 정당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폭넓은 중도층을 품을 수 있을지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 안 전 후보 사퇴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신통치 않은 것이나, 4·11 총선 때 단일화를 하고도 원내 1당에 실패한 것은 국민의 ‘단일화 피로도’를 보여 준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1, 2위 득표자로 압축해 본선을 치르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때가 됐다. 언제까지 ‘닥치고 단일화’를 반복할 것인가.

조수진 정치부 차장 jin0619@donga.com
#단일화#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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