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도연]조용히, 갑자기 다가올 통일을 위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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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가까운 미래에 우리 대한민국이 마주할 어려운 문제들은 무엇일까?

인구 측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저조한 출산율이 꼽힐 것이다. 아울러 현대인에게 공기 같은 존재인 에너지도 중대한 이슈다. 필요 에너지의 98%를 수입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인 만큼 석유 가격 상승은 우리 경제의 목줄을 죌 것이다.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환경 문제는 또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니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절실하다.

그러나 인구, 에너지,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들은 우리만이 아니라 온 인류에게 주어진 어려움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인류 문명은 어려운 환경을 끊임없이 타개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기에 인류 전체의 존망이 걸린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그 결실이 가져다주는 풍요로움은 이에 앞장선 민족만이 누리는 특혜인 것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실제로 기계와 화학공업의 발달 덕에 오늘날의 인류는 70억 인구 모두를 위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지만, 먹을거리를 걱정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전체의 절반밖에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세계는 체중 조절을 위해 많은 돈을 소비하는 나라, 적어도 식량 문제는 걱정 없는 나라, 그리고 아직도 끼니를 걱정하며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의 세 종류로 구성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은 지난 몇십 년 동안 한반도의 남쪽과 북쪽이 확연히 구분된 것이다. 한쪽은 지나치게 많이 먹고도 남아 버리는 음식이 연간 20조 원어치에 가까운 반면 다른 한쪽은 사람이 굶어죽기도 하는 비극의 땅이 되었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은 또 어떠할까?

이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이 미래에 마주하게 될 많은 문제 중 가장 어려운 것은 단연코 통일이다. 통일은 우리 민족만의 문제이며, 세계 어느 나라도 이 어려움을 함께 나누지 아니 할 것이기에 우리에게는 더욱 절박하다. 1917년 10월 혁명으로 공산주의 체제를 확립한 소비에트연방은 1991년 해체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했던 공산주의 국가도 단지 70여 년 존속했을 뿐이다. 당시의 소련이 보유했던, 온 지구를 파괴할 수 있는 수천 기의 핵폭탄도 그 체제를 지켜 내지 못했다. 이제 지구상에 존재하는 단 두 개의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와 북한 역시 사라질 것이다. 1945년 이후의 분단을 생각하면 북한의 세습 공산주의 체제도 70년 가까이 되었으니 한계 수명에 이른 셈이다.

어느 겨울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마당에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 것처럼, 통일은 조용히 그리고 급작스럽게 찾아올지 모른다. 성인이 된 남녀가 서로 사랑하면서 뜻을 맞추어 한 가정을 이루었을 때도 각자의 문화와 관습이 달라 갈등이 생기는 법인데 이렇게 엄청나게 달리 살아 온 남북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함께 번영의 길로 나갈 수 있을까?

통일은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서 살게 된 이래 맞게 될 최대의 도전이다. 이미 20여 년 전에 통일을 이룬 독일 국민은 오늘까지도 모두 통일세를 납부하고 있다. 박사과정 학생도 매월 받는 장학금에서 3만∼4만원 정도를 부담하고 있다 하니, 민족 통일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통일에 대비해 국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어느 분야도, 어느 조직도 예외는 아니다. 5년마다 새로이 작성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과학기술 기본계획에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올해 처음으로 통일 항목을 추가하면서 이를 새삼스럽게 생각했던 스스로를 돌아본다.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통일#통일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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