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상철]363일 출근한 갤럭시S3 개발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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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산업부장
김상철 산업부장
삼성전자가 올해 8월 애플과의 미국 특허소송에서 패소하자 결과적으로 카피캣(copycat·모방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돼 시장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삼성은 “소비자는 혁신을 지향하는 우리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국 배심원 평결이 나온 지 80여 일이 지났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삼성의 예측이 맞았다.

삼성전자는 3분기(7∼9월)에 스마트폰 5690만 대를 팔았다. 판매 1위를 유지한 것은 물론 2690만 대에 그친 애플과의 판매 대수 격차를 더 벌렸다. 특히 간판 스마트폰인 갤럭시S3는 시판 5개월 만에 세계 시장에서 3000만 대나 팔렸다. 하루 19만 대, 0.45초당 한 대꼴이다. 애플과의 소송에서 패배한 미국에서도 날개 돋친 듯 팔린다고 한다. 갤럭시S3는 애플의 아이폰을 제치고 세계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자리에 올랐다. 소비자는 미국 배심원과 달리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의 선택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3분기에 매출 52조1800억 원, 영업이익 8조1200억 원이라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애플이 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소송 공격과 글로벌 경기 침체를 뚫고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200조 원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연매출 100조 원을 돌파한 지 4년 만이다. 세계적으로 200조 원 고지를 밟은 기업은 13개뿐이다. 에너지기업과 유통업체를 빼면 도요타자동차와 폴크스바겐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어떻게 세계 정상에 올랐을까. 그 영향으로 휴대전화 판매 1위였던 핀란드의 자존심 노키아, 가전왕국으로 불렸던 일본 소니 등은 쇠락하고 있다. 동아일보 산업부는 얼마 전 삼성전자의 성공 비결을 알아보는 기획기사를 실었다. 1년 중 설날과 추석을 빼고 363일 출근한 갤럭시S3 개발팀의 열정과 헌신, 사상 최고 실적에도 미래를 내다보고 “지금은 위기”라며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한 경영진, 소비자와 소통하고 수직계열화로 원하는 제품을 제때 내놓을 수 있는 능력 등 구성원의 땀과 눈물, 세계 1등이 되고자 하는 간절함이 원동력이었다.

삼성전자의 성과는 혼자 이룬 게 아니다. 수많은 협력업체와 함께 만든 것이다. 삼성전자가 성장하면 협력업체 직원과 그들의 가족까지 수백만 명이 그 파이를 나눠 갖는다. 일각에선 아직 세상을 바꾸는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는 이유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한다. 새 시장이 생기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세계 최고의 기술로 혁신적인 제품을 바로 내놓을 수 있는 기업만 가능하다. 애플은 1년에 한두 차례 신제품을 내놓지만 삼성전자는 수십 종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쏟아낸다.

최근 방한한 미국의 진보 경제학자 제프리 색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한국 대기업은 기술 혁신과 세계화에서 가장 선도적이고 성공적인 조직”이라며 “한국에는 삼성과 LG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저서로 유명한 대런 애스모글루 MIT 교수도 “대기업을 어떻게 규제할까 생각하기보다 삼성 LG 같은 기업을 어떻게 10개 이상 만들까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 경제가 장기화하는 세계적 불황을 이겨내고 성장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대기업의 활동을 북돋아줘 더 많은 글로벌기업이 나오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라는 이름 아래 대기업 때리기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정치권이 세계적 학자들의 지적과 충고를 새겨들었으면 한다.

김상철 산업부장 sckim007@donga.com
#삼성전자#갤럭시S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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