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동열]‘2만 달러 함정’ 걱정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가을의 한복판에 서 있고 단풍은 절정이다. 그러나 경제 관련 소식은 가을비 맞은 낙엽만큼 아래로 내려와 있다. 올해 3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에 그쳤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내려가 가격 우위의 수출전략에도 비상이 걸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면 올해 연간 성장률은 2.5%에도 못 미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5년 전 대통령선거 공약의 중심에 7% 성장률 달성이 있었다는 점을 반추해 보면 격세지감이다.

대선 앞두고 복지 담론이 ‘성장’ 압도

저성장 기조 고착화 우려에 추가된 고민거리는 ‘2만 달러 함정’이다. 1인당 국민소득(명목 GDP 기준) 2만 달러에 처음 도달한 시기가 2007년인데 5년이 지난 지금도 2만3000달러 언저리다. 한국 경제가 ‘2만 달러 함정’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우리보다 먼저 3만 달러에 도달한 나라들은 어땠을까? 선진 23개국의 경우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에 도달하는 데 평균 8년 정도 걸렸다. 1인당 국민소득의 연평균 증가율은 5.2%에 달했다. 그러나 한국은 2007년 2만 달러를 처음 넘어선 이후 2011년까지 4년 동안 연평균 증가율이 1.0%에 그치고 있다. 환율이 일정하다는 가정 아래 지금과 같은 속도로 간다면 4만 달러 선진국으로 언제 올라설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다.

뭔가 새로운 성장전략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 숙제를 풀기가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언급한 2만 달러 함정과 저성장 고착화의 우려 뒤에는 한국 경제의 다섯 가지 구조적 문제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 3%대 하락, 내수 위축과 내·외수 불균형, 소득분배 악화와 중산층 감소, 저출산·고령화의 심화에 따른 인구구조 악화, 남북관계 악화와 지정학적 위험의 상존 등이다. 나는 이 다섯 가지 문제점을 ‘다운 파이브’ 현상이라 칭하고 싶다.

2012년 현재 한국 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은 매우 엄중하다. 세계 경제는 미국의 회복 부진과 유럽 재정위기 지속 등으로 내년에도 3년 연속 3%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경제성장률이 3% 미만으로 세계 평균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라는 담론이 ‘성장’ 논의를 압도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은 차기 정부에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 ‘4% 이상의 고성장’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의 ‘미들 파워’ 시대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을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과 녹색산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육성하고 보육과 교육 등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여 한 단계 더 질적으로 고도화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행복한 성장, 질적으로 고도화된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차기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층 구체적이고 새로운 발전 목표는 무엇인가?

경제 고도화 토대 빨리 마련해야

‘다운 파이브’ 현상을 ‘하이 파이브’ 현상으로 돌려놓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즉,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제고하며, 인적 자본을 고도화하고, 삶의 질과 관련된 행복 인프라를 확충하며, 남북 경제협력을 내실화하는 것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대런 에이스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은 북한과 달리 한국에서 경제성장이 지속된 것을 ‘포용적 제도’, 즉 ‘재능과 혁신, 창의성에 보답하는 제도’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의 지속으로 국내외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럴수록 행복한 성장과 경제 고도화의 토대를 마련하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2만 달러#국민소득#경제전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