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종성]‘강한 軍’ 위해 할 일과 말아야 할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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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성 예비역 육군소장 성신여대 교수
윤종성 예비역 육군소장 성신여대 교수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노크 귀순’을 보면서 예비역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겁다. 그리고 과거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전방 소대장으로서 심야에 순찰을 돌던 일, 검문소 초소장으로서 밤 1시부터 새벽까지 꼬박 지새웠던 근무, 검문소 대대장으로서 오후 일과시간에 맞추어 밤새워 순찰을 돌던 일들이다.

지금도 후배 병사들은 맡은 바 책임과 역할을 다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편으로는 군(軍)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 군과 정치권, 그리고 국민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정신쇄신, 인사쇄신 서두르라

무엇보다 우리 군이 더욱더 쇄신을 해야 한다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정신 쇄신’이다. 우리는 ‘정직이 최선이다(Honesty is the best policy)’는 말을 들으면서 자라왔다. 정직하지 못하면 자신뿐 아니라 조직, 나아가 국가를 망칠 수 있다. 미국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은 베트남전의 패배는 정직성의 문제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즉, 군 간부들은 군 수뇌부에게, 군 수뇌부는 정치가들에게 “이렇게 해서는 승리할 수 없다”고 보고를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군 수뇌부는 허위보고를 한 간부들에게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 본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신 쇄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인사 쇄신’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군에는 ‘좋은 게 좋다’는 사고가 만연해 있다. 다시 말하면 정직하고 개성 있고 전문성 있는 인재들을 깎아내리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말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고 ‘다면평가’로 인해 부하들의 비위를 맞추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전쟁사, 전략, 북한 분야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성을 자랑하던 인재들이 이런 분위기를 못 견디고 군복을 벗어야 했다. 탁월한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이 그것조차 갖추지 못한 보통 군인들에 의해서 ‘(그 사람은) 특정 분야만 잘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렇다 보니 많은 직업군인이 실력을 쌓기보다는 주변과 잘 어울리는 데 늘 신경을 쓴다. 이제 이러한 분위기를 일소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직하고 자신만의 원칙과 확신, 그리고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 그래야만 ‘노크 귀순’ 같은 불명예스러운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군에 문제가 터지면 정치권이 군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 마땅히 해야 한다. 그러나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반복하는 정치적 공세는 중단해야 한다. 오히려 이러한 계기를 통해 의회는 입법·예산심의, 국정감사권을 가진 기관으로서 안보와 관련해 소홀한 점은 없었는지, 핵심에서 벗어난 지엽적인 문제를 다뤄 안보의 초점을 흐리게 한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정당은 특정 원칙을 중심으로 국익을 증진해야 한다는 사명을 가진 조직으로서 지나치게 당파심에 좌우되지 않았는지 반성하고 나아가 진정으로 군의 전력강화를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군과 국민, 나아가 국가를 위하여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지나친 ‘軍때리기’는 금물이다

지금 터져 나오는 안보불안 사태를 보면서 우리 국민이 느끼는 감정은 필자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과연 우리 군에 나의 생명과 재산을 맡겨도 될지 걱정이 앞설 것이다. 국민들은 비판해야 하고 또한 군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군은 사기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군은 국민의 따뜻한 마음속에서만이 성장할 수 있다. 군의 병력과 장비 상태는 어떤지, 군의 사기는 어떤지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그렇게 할 때 우리 군은 더욱더 심기일전해 새로운 각오로 임무에 매진할 것이다. 질책을 할 때 하더라도 격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윤종성 예비역 육군소장 성신여대 교수
#국군#군 쇄신#안보불안#노크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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