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상철]‘집권 1년차 경제증후군’ 떠올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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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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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산업부장
김상철 산업부장
대기업들의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가 한창이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주요 그룹의 지원자 현황을 파악해 보니 4500명을 뽑는 삼성그룹에 8만 명이 지원한 것을 비롯해 650∼1100명을 채용하는 SK, 롯데, GS, 두산, 한화그룹 등에 5만 명 이상씩 몰렸다. 주요 그룹의 입사 경쟁률은 수십 대 1이 기본이고 수백 대 1에 이르는 곳도 있다. 바늘구멍에 비유되는 청년 취업난의 실상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청년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이나 제조업 같은 현장에서 ‘젊은 피’가 없다고 난리인데도 남의 일처럼 잘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 대신 전문직이나 공기업, 대기업과 같은 이른바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학벌, 자격증, 해외 연수 등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린다. 번듯한 직장에다 신혼집을 마련할 능력이 없으면 결혼도 쉽지 않은 요즘 세태를 엿볼 수 있다.

자녀와 국가의 앞날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우리 국민은 올해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이슈로 경제 성장(25.4%)과 일자리 창출(22.4%)을 꼽았다. 한 언론사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정치권에서 경쟁적으로 내세우는 경제민주화는 10.0%에 그쳤다. 30대 이상 세대는 자신의 이념 성향과 관계없이 경제 성장이, 취업 준비생이 많은 20대는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대선후보 모두 일자리 창출을 공약했다. 그런데 ‘집권 1년차 경제 증후군’이 내년에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아 걱정이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새 대통령이 취임한 첫해의 경제성장률이 직전 연도보다 떨어지고 재임 기간 평균 성장률보다 낮아 국민 생활이 더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한 1993년 성장률은 6.3%로 1992년보다 0.5%포인트 높았지만 재임 기간 평균 7.4%보다는 낮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1998년에는 사상 최저인 ―5.7%를 기록했다. 1980년에 이은 두 번째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2003년 성장률은 2.8%로 전년보다 4.4%포인트 낮았고, 재임 기간 평균 4.3%보다 1.5%포인트 떨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2008년 성장률도 전년보다 2.8%포인트 낮은 2.3%에 그쳤다.

집권 1년차 증후군은 저성장에 따른 고통을 수반한다. 과거 경제성장 엔진이 고장 났을 때 많은 기업이 문을 닫고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실직사태가 벌어졌던 아픔을 생생히 기억한다.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등에 영향을 받았던 이 증후군을 1, 2년 만에 극복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번 경기침체는 세계 경제가 한꺼번에 불황에 빠져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수출 감소에다 내수 부진이 이어져 내년에도 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낮추는 등 국내외 기관의 성장률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우리 경제의 과제인 지속적인 성장과 양극화 해소를 할 수 있는 핵심 요소다. 일자리가 늘면 실업자가 줄고 소득이 늘어 양극화가 해소될 수 있고 성장률도 높아져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기업이다. 대기업의 일부 잘못된 행태는 바로잡아야 하지만 경쟁력까지 떨어뜨리면 안 된다. 집권 1년차 증후군을 극복하려면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요즘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경제민주화 논란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인 한국 대기업을 죽일 수도 있다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라파엘 아미트 교수의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김상철 산업부장 sckim007@donga.com
#대기업#경기침체#일자리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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