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시의 코스트코 때리기, 행정권 남용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6일 03시 00분


서울시는 둘째 일요일인 그제 미국계 대형마트인 코스트코 3개 매장에 단속반을 19명씩 투입해 소방 건축 위생법규 위반행위를 집중 점검했다. 코스트코 양재점의 쇠갈비 판매코너는 자체점검 결과를 2년 동안 비치하도록 한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곧장 5일간의 영업정지 조치를 당했다. 서울시는 10일에도 코스트코 매장을 샅샅이 뒤지는 ‘트집잡기 단속’을 벌였다.

서울시는 코스트코가 대형마트의 둘째 넷째 일요일 의무휴업을 어긴 첫 사례여서 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보호를 목적으로 1월 공포된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을 어기면 첫 회에는 1000만 원, 두 번째는 2000만 원, 세 번째 이상은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법에 따라 과태료를 물리면 될 일이다. 과태료 액수가 너무 적어 실효성이 없다면 액수를 크게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면 된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과태료 부과와는 별개로 대규모 행정력을 동원해 이 잡듯이 매장을 뒤진 것은 보복성 단속이자 행정력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일부 시민단체는 서울시가 단속에 나선 14일 코스트코 양평점 앞에서 코스트코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 출신이 시장으로 있는 서울시가 외국계 대형마트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시민단체가 가세해 목청을 높이는 일이 외국 업체에 대한 차별로 비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코스트코는 어제 서울 시내 3개 구청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이 이미 130여 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므로 코스트코만 예외로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코스트코의 주장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지자체에 소송을 낼 때 코스트코는 원고로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이 다른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준 만큼 서울시는 코스트코에도 이를 준용하는 것이 상식에 맞다.

대형마트가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어렵게 하는 주범인지에 대해서도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대형마트가 손님을 뺏어갔기 때문이라기보다 인터넷몰 같은 무점포 업체와 편의점이 급성장한 이유도 크다. 대형마트의 소비자 편익 확대와 일자리 창출 효과도 고려돼야 한다. “과태료를 내고서라도 영업을 하겠다”는 코스트코의 막무가내 식 대처는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서울시의 감정적인 조치도 행정의 본분을 벗어났다.
#서울시#코스트코#대형마트#영업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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