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정끝별]“독도는 독도다, 대한독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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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끝별 시인·명지대 교수
정끝별 시인·명지대 교수
“장삼이사 김지이지/한 삼천만 명쯤/구름처럼 몰려나와/울릉군 독도리 암섬 숫섬에서/뱃길 밝히는 등대 위에서/“독도는 독도다!”/소리치고 있네”(오탁번, ‘독도는 독도다’). 단군 할아버지에서부터 삼천만 아니 오천만 장삼이사 김지이지의 우리는 독도를 이렇게 부른다. “독도야 독도야”라고!

독도가 ‘獨島’라는 한자로 표기된 건 19세기 말부터다. 울릉도 사람들은 독도보다는 ‘독섬(돌섬)’이라 부르곤 했다. 1883년 울릉도 개척사업이 추진됐을 때 이주민의 대부분이 전라도 사람들이었고 전라도 말로 ‘돌’을 ‘독’이라 했던 바 ‘돌로 된 섬’이라는 뜻이었다. 해서 ‘석도(石島)’라 쓰기도 했으나 조금 더 멋들어지게 독도(獨島)라 표기하면서 고착됐을 것이다. ‘다케시마(竹島)의 날’을 제정하는 등 계속되는 일본의 독도 도발을 예상했더라면 우리 입말 그대로의 돌섬이나 독섬이 낫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미국이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겠다고 번복했을 즈음이었다. 1900년대 일본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동해 바다의 자그만 갯바위 섬 하얀 백사장/나는 눈물에 젖어/게와 벗하였도다”(‘나를 사랑하는 노래’)라는 시 구절을 읽다가 무릎을 쳤다.

이것 봐, 딱 걸렸어, 일본 사람들도 ‘동해’라 했잖아! ‘東海の小島の磯の白砂に’라는 원문까지 확인하고는 다쿠보쿠 시인이 우리 동해안을 다녀간 후 쓴 시인가 보다 짐작했다. 그러나 이 ‘동해’는 일본의 동해인 하코다테 해변으로 해석되고 있었다. 헐! 동해가 우리에게는 고유명사지만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일반명사로 사용되는구나 싶었다. 우리의 서해나 남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격 높이려면 적절한 표기 필요


또 얼마 전 프랑스 아틀라스출판사가 발간한 ‘세계지도책 2012년 판’에 동해와 일본해가 처음으로 같은 크기의 글자로 병기됐다는 기사를 보았다. 헌데 일본해의 프랑스어 표기가 ‘Mer du Japon’인 반면 동해는 ‘Mer de L’est’였다. 어? 중국 동해와 인접한 우리 서해는 ‘Mer Jaune’(황해), 제주도 아래의 남해는 ‘Mer de Chine Orientale’(동중국해)였고, 일본 동해 인근은 ‘Archipel Japonais’(일본열도)였다. 어라? 허면, 우리의 동해도 ‘Mer de l'Est Cor´ee’(대한민국 동해)여야 마땅하잖아! 다른 명칭에는 국가명이 들어가 해상권의 주체가 강조되는 데 비해 ‘Mer de L’est’는 그 주체가 불분명해 보였다.

‘Sea of Japan’, ‘East Sea’라는 영어 표기도 마찬가지다. 1800년대 서양지도에는 ‘Sea of Japan’보다 ‘Sea of Korea’라는 표기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심지어 일본에서 제작된 고지도에도 ‘조선해(朝鮮海)’로 쓴 것이 있기에, ‘Mer de L’est’ 표기는 좀 아쉬웠다.

독도도 ‘Dokdo/Take-Shima’로 병기하면서 “1954년 이래 한국이 지배하고 있으며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주석이 달렸으며, 우리 주요 도시 또한 Busan(부산), Gyeongju(경주), Jeju(제주) 등으로 표기돼 있었다. 이렇게 한국어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자면 ‘Mer de Donghai(혹은 Dong-Hai)’는 어땠을까? ‘동해’가 오천만의 장삼이사 김지이지가 부르는 이름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가 열리는 곳, 우리에게 가장 먼저 ‘아침 해’를 선사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더욱!

때마침 국토해양부가 ‘지명법’ 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하겠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울릉군은 지명위원회를 열어 독도의 미고시된 바위와 봉우리 이름을 제정하고 개정했다. 동키바위, 탱크바위, 동도 봉우리 등이 ‘독도’라는 이름에 합당한 새 이름을 얻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의 언론매체도 일제히 독도를 ‘시마네(島根) 현 다케시마(竹島)’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럼 우리는 ‘대한민국 독도’, ‘대한독도’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제명·개명은 꼭 필요한 일이다. 독도의 바위와 봉우리 지명의 제명과 개명을 계기로 장기적인 국가사업으로 확대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국제사회 겨냥 개명할 때 신중해야


독도를 비롯해 이어도, 센카쿠 열도, 쿠릴 열도, 만리장성 등에서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북한은 압록강과 두만강 인근을 중국에 개방하고 있다. 국가적 이익과 존위를 위한 ‘합리적으로 냉정하고 엄정한’ 외교와 그 비전이 시급한 때다. 그 바탕이 되는 게 국격에 합당한 명명이고 적합한 국제표기를 확립하는 일은 아닐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 ‘꽃’)라고 했거니, 이름이란 존재의 집이자 의미의 완성이다. 국가와 이념과 언어가 다른 국제사회를 겨냥해 제명과 개명을 할 때 보다 신중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독도는 독도다, 대한독도다!”라는 문장은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선언하고 있는 셈이다.

정끝별 시인·명지대 교수
#동아광장#정끝별#독도#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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