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교 20년 韓中, 新협력시대 열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24일로 한국과 중국의 국교 수립 20주년을 맞는다. 냉전(冷戰)이 열전(熱戰)으로 폭발한 6·25전쟁에서 총부리를 겨눴던 두 나라가 수교한 것은 동북아시아 새판 짜기의 서막이었다. 수교 성년을 맞기까지 양국이 이룬 양적 질적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수교 당시 리펑(李鵬) 중국 총리는 “물이 흐르면 개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한중 교류는 개천을 훌쩍 뛰어넘어 창장(長江) 강의 거대한 물줄기로 바뀌었다.

1992년 63억8000만 달러이던 양국 교역규모는 20년 만에 2206억2000만 달러로 무려 35.6배나 늘었다. 중국이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도 8% 이상의 고속성장을 이루며 거대한 시장을 제공하면서 우리가 반사이익을 챙기기도 했다. 그러나 대중(對中) 수출 의존 심화가 우리 경제에 부메랑이 되지 않도록 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중 관계는 ‘협력동반자’ ‘전면적 협력 관계’를 넘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됐지만 현실에서는 공허한 수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국제사회가 참여한 객관적 조사로 북한의 도발이 명백히 드러난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한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더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핵 제재를 무산시킨 것이 중국이다.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대북 송환 원칙을 고수하고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를 고문하고도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차기 중국 국가주석이 유력한 시진핑은 2010년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은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말했다. 역사적 사실과 다르고 시대의 흐름에도 동떨어진 인식이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손잡고 중국을 봉쇄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맞선 군사동맹으로 시작한 한미동맹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동북아 지역 전체의 평화에 기여하는 안전장치다. 북한의 핵무기가 폐기되고 통일에 근접한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주둔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도 화합을 이루는 연미화중(聯美和中)의 길을 찾아야 한다.

한중 양국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장래에 대해 공통의 비전을 마련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북한의 급작스러운 붕괴보다는 김정은 체제가 개혁 개방에 나서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 가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점에 두 나라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우리의 국가 목표인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중국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우리 정부는 통일된 한국이 중국에 위협 요소로 작용하지 않으며 동북아시아의 평화 번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중국에 알리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내년에 새롭게 구성될 양국 정부가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을 발휘해 한중 신(新)협력 시대를 열어 가기를 기대한다.
#한중#협력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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