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성희]해파리와 녹조, 그 뒤의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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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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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정성희 논설위원
“자연은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말한 것은인상파 화가 폴 세잔이었다. 찰나의 자연을 화폭에 담기 어려워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지만 복잡성은 자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계는 식물과 동물, 미생물과 동물, 생물과 무생물이 연결된 거대한 네트워크다. 베이징의 나비 날갯짓이 뉴욕에 폭풍우를 몰고 올지도 모르는 것이 자연의 신비로움이다.

복잡계의 그물망에 뚫린 구멍


인구 증가와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계의 그물망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엔 기후변화의 위협요인이 커졌다. 올여름 해수욕장이 썰렁했던 데는 주폭 단속도 있었지만 주된 요인은 해파리였다. 어구를 망치고 어획량을 줄이는 해파리는 어민에겐 일찌감치 공포의 대상이었다. 2006∼2008년 해파리로 인한 피해 추정액은 연간 2200억 원이나 된다. 올해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하던 여덟 살 여자아이가 독성 해파리에 쏘여 죽는 사고가 일어났다. 아이를 쏜 것으로 추정되는 노무라입깃해파리는 길이 1m에 무게 50kg 안팎으로 대략 우산 크기이다. 큰 것은 길이 2m에 무게가 수백 kg이라고 하니 그 엽기적 모습을 상상하면 앞으론 해파리냉채를 못 먹을 것 같다.

중국 양쯔 강과 보하이 만 사이에서 서식하는 해파리가 제주를 거쳐 남해와 동해까지 올라온 이유 중 하나는 해수 온도 상승이다. 7월 한반도 주변의 바닷물 온도는 지난해 대비 1.4도 높았다. ‘6도의 악몽’을 쓴 마크 라이너스는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상승하면 초대형 가뭄이 발생하면서 세상은 지옥으로 들어간다고 경고했다. 과장이 없진 않겠으나 해수 1.4도 상승이 몰고 온 변화가 가볍지 않다. 동해 오징어가 서해에서 잡히고 흑산도 홍어가 울릉도 독도에서 잡힌다고 하지 않는가.

국립수산연구원의 ‘해파리 박사’ 이혜은 연구원은 “생태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말한다. 해파리는 동물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수온 상승에 따라 부영양화가 활발해지면 플랑크톤이 풍성해진다. 그러나 성체가 되기 전 해파리는 폴립 형태로 고정돼 있다. 폴립 형태의 새끼 해파리가 붙어 있을 항만 방파제 콘크리트 등과 같은 수중구조물이 없으면 아무리 수온이 높아도 해파리는 이동하지 못한다. 어족자원 남획으로 해파리를 잡아먹는 어종이 사라진 것도 원인이다. 자연적 요인에다 인위적 요인이 더해져 ‘해파리 재앙’이 생긴 것이다.

올여름 하천에 발생한 녹조는 해파리보다 훨씬 심각한 위협이었다. 녹조로 시퍼런 물을 취수원으로 쓰기 때문이다. 녹조의 원인과 관련해 환경단체들이 “녹조는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녹조는 가뭄과 폭염 탓이며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대응했다. “녹조는 4대강 사업이 강을 막아 생긴 재앙”(문재인), “한강 녹조는 보(洑) 탓 가능성”(박원순)이라는 발언이 이어지면서 녹조는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 등은 북한 임남댐(26억2000만 t)의 방류량이 예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을 한 가지 원인으로 지목했다.

인간 오염원이 만들어낸 녹조


녹조는 가뭄과 폭염 이전에 인간이 하천을 망가뜨린 것이 근본 원인이다. 매일 버려대는 수많은 쓰레기 침출수, 비료와 농약, 축산폐수가 어디로 흘러들 것인가. 이런 물질이 강물로 흘러들어 녹조류의 먹이가 많아졌고 햇볕이 내리쬐니 광합성이 활발해져 녹조가 과잉 증식한 것이다. 녹조 원인을 두고 폭염 탓, 4대강 사업 탓, 북한 탓을 하며 서로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동안에 정작 중요한 인간의 활동은 망각되고 만다. 자연의 눈으로 볼 때 인간이야말로 가장 큰 오염원이다. 단순한 인간만 자연의 복잡성을 모를 뿐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오늘과 내일#정성희#녹조#해파리#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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