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영호]담뱃값을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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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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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장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흡연과 뇌혈관 질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40세 이상 성인 남성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수명이 6.28년 짧은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비도 뇌혈관 질환 치료에 1100만 원 이상을 더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에 따른 질병으로 조기 사망한 인적자원 손실이 2007년 한 해에 약 3조5000억 원이나 됐고,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중 6%가 흡연으로 인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은 약 4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여기에 중고교생 30만 명 정도가 흡연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담배 소비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담뱃값을 올리는 것이다. 보사연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담뱃값을 10% 인상하면 소비량은 3.6% 감소한다. 우리나라 담뱃값은 소득수준 대비 세계에서 78번째로 싸다. 유럽의 경우 규약을 맺고 담배 관련 세금을 1년마다 상향조정하도록 돼 있다. 유럽이나 선진국에서는 담뱃값을 국민 건강과 공중보건의 차원에서 접근한다. 특히 프랑스는 담배와 술에 부과하는 조세결정 책임을 재정부에서 보건부로 이관했다. 건강위해 품목인 담배와 주류의 가격과 조세정책을 공공보건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담배를 생활의 필수재에 포함해 물가지수에 반영하고 있는데 적절하지 않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서민가계 부담이 걱정이 아니라 흡연에 따른 저소득층의 건강 악화와 흡연 관련 질병 비용이 더 큰 문제다. 담뱃값 인상으로 조성된 재원은 건강증진기금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건강증진법에 기금의 용도와 액수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건강 증진에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관련 부처들과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장
#기고#정영호#담뱃값#국민건강증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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