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라승용]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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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승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원장
라승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원장
지난달 열린 ‘리우+20’ 정상회의(유엔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서 ‘우리가 원하는 미래(The future we want)’라는 선언문이 발표됐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한 행동 계획과 후속조치의 우선순위를 정한 것인데 첫 번째로 빈곤 타파, 두 번째가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농업이 꼽혔다.

미래의 사회경제 환경과 기후 환경의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발 빠르게 대비해야 할 것으로 빈곤층을 사라지게 하는 것,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 생산을 위한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세계 정상들이 깊이 공감한 결과다.

해가 갈수록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의 출현이 잦아지면서 기상에 가장 민감한 농업이 받는 피해는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104년 만의 가뭄이 찾아와 ‘비 좀 내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애가 탔는데, 최근 들어선 중부와 전북, 경북지방을 중심으로 쏟아진 집중호우로 도로와 논이 잠기는 등 날씨가 널을 뛰듯 하고 있다.

이처럼 쉴 새 없이 일어나는 이상기후의 주범으로 전문가들은 온실가스를 지목한다. 지구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적정량의 온실가스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로 온실가스가 필요 이상 많아져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면서 예측하기 힘든 기상이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전체 배출량의 2.5% 수준이다. 이 중 벼농사에 많이 쓰이는 질소 비료 및 소의 트림과 방귀에서 방출되는 메탄가스 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34.6%다. 다른 분야와 비교했을 때 적은 수치지만 이를 더욱 낮추면서 깨끗한 환경, 안전한 농산물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에서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농업분야 온실가스 배출을 35% 감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저탄소농법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은 물론 온실가스 발생이 없는 지열, 태양광, 풍력 등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재해성을 강화한 기후변화 적응 품종 개발도 시급하다. 최근 개발된 신동진벼와 호품벼 등은 다른 품종에 비해 비료 투입량을 줄인 것으로 강우와 강풍에 강하다. 기후변화 대응 품종개발의 대표적 예인 것이다. 아울러 기후변화로 인한 작물의 재배 한계선이 북상함에 따라 망고, 구아바 같은 아열대 작물의 도입 및 재배법 연구도 이뤄져야 한다.

365일 날씨와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연중 농작물을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식물공장과 같은 미래 농업생산 시스템 개발도 오늘날 빼놓을 수 없는 연구 분야다.

신속한 농업 정보서비스 전달을 통한 기후변화 예측 능력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농업기상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기상예보에 따라 재해대책을 미리 세울 수 있도록 돕고, 농업인들에게 농지관리와 생육관리에 대한 교육과 정보 전달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는 농식품 시장동향 등의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소통의 창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사이먼 쿠즈네츠 박사는 “농업과 농촌의 발전 없이는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미래 농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은 현재를 사는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라승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원장
#기후변화#리우 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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