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찬오]구멍 뚫린 전력시설 안전관리 제도 고쳐 관리감독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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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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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최근의 재난은 천재와 인재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방재선진국으로 자부하던 일본에서 지난해 3월 발생한 대지진의 여파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이런 재난은 과거에는 천재지변으로 볼 수도 있었지만 방재기술이 발전한 요즈음은 인적 불안전 요인에 의한 인재 여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국가기반시설에는 모든 상황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 시설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정전사고로 수천억 원의 산업피해를 보았고 올해 들어 고리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은폐와 보령 화력발전소 화재사고, 아산 송전철탑 붕괴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전력시설 안전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력시설은 발전시설과 송배전시설로 분리돼 송배전은 한전이, 발전은 5개의 발전회사가 분담해 운영하고 있다. 시장경제 체제에 맞춰 에너지사업도 경쟁구조로 한다는 취지지만 국가기반시설을 무조건적 경쟁 체제로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미국도 1992년부터 전력사업을 여러 개의 회사로 나눠 민영화하면서 경쟁 체제에만 몰두해 시설의 보수 및 유지, 안전관리가 소홀해져 캘리포니아 대정전 같은 대형 전력사고를 초래한 것으로 보고됐다.

전력사업의 효율화를 위해 경쟁 체제로 가는 것은 논외로 하되 그 사업이 국가 운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국가기반시설과 관련됐다면 시설의 안정적 운영에 중점을 두는 관리, 감독 체계의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본다.

대부분의 국내 전기설비는 전기사업법에 정해진 전기안전관리 전문기관에서 사용 전 검사와 정기검사를 받아 안전을 유지한다. 그러나 전력시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송전설비와 변전설비, 배전설비 등 주요 전력계통설비에는 객관적인 안전검사 없이 전력회사의 자체적인 점검만으로 안전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전력회사가 거대 공기업으로 독과점으로 운영돼 온 관계로 객관적 관리, 감독 체계가 정착하기 어려웠던 여건이 지속돼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다.

전력회사들은 경영 합리화에 따른 구조조정과 전력대란의 후유증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다. 이런 상황은 설비 고장이나 화재 등 각종 사고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원전 고장과 발전소 화재로 올여름을 대비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려 전력회사와 정부 당국은 전력 생산에만 집중하고 있다. 전력시설의 안전관리가 더욱 소홀해져 대정전이나 전력대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가기반시설은 경쟁 체제에 걸맞은 안전관리 체계의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체적인 안전관리만으로 주요 기반시설인 전력시설의 안전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제도 개선을 통해서라도 주요 계통설비에 대해 공인기관의 정기검사를 받도록 전력시설의 관리, 감독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중요한 국가기반시설은 주관기관의 관리, 감독 외에 제3의 기관이 이중감독을 맡는 체계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기고#김찬오#재난#전력시설 안전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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