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신동]영재교육 10년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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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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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동 전 한국영재교육학회장 순천향대 영재교육원장
이신동 전 한국영재교육학회장 순천향대 영재교육원장
우리나라에서 영재교육이 시작된 지 벌써 10년이 됐다. 미국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과 같은 영재교육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우리 영재교육의 역사는 대단히 짧다. 그래도 나름대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할 수 있다.

전체 학생의 2%까지 대상자 확대

2003년 영재교육 대상자 수가 1만9974명으로 전체 학생의 0.25%에 불과하던 것이 2011년 11만1818명으로 전체 학생의 1.5%가 됐다. 올해 말에는 2.0%까지 확대될 것 같다. 이뿐만 아니라 과학 분야의 탁월한 영재들을 교육하기 위해 부산에 한국과학영재학교가 개교했고 서울 경기 대구에도 추가로 과학영재학교가 세워졌다. 영재교육의 영역도 수학과 과학 중심에서 언어 인문사회 음악 미술 체육 발명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됐다. 영재교육기관도 2011년에는 영재학급 3521개, 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 357개,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 61개 등으로 엄청나게 확대됐다. 2006년에는 소외계층에 속한 학생들에게도 영재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영재교육진흥법을 개정했고, 2009년부터는 영재교육 대상자를 선발하기 위해 교사관찰추천제를 도입했다. 이는 일회적인 지필시험으로 영재교육 대상자를 선발하던 종래 방식에서 벗어나 수개월 동안 학생들의 행동을 관찰해 영재를 선발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10년 동안 영재교육의 괄목할 만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영재교육의 양적 확대를 급하게 추진한 결과 가시적 목표는 달성했지만 질적 성장과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째는 전문성을 갖춘 영재교사의 부족이다. 이 때문에 16개 시도 영재교육 담당자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적으로 60시간의 연수를 이수한 교사가 영재교육을 담당하도록 돼 있지만 부족한 교사를 메우기 위해 60시간 이하의 연수를 이수한 교사들에게 영재교육을 맡기기도 하고, 교사들의 잦은 이동으로 일관성 있는 영재교육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둘째는 참신하고 타당한 영재교육 프로그램의 부재다. 우수한 학생들에게 도전감을 주기에 충분한 영재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지원이 부족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가 수준에서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없어 대부분의 교사가 각자 자기 방식대로 개발한 지식 중심의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영재교육에 대한 불신을 가져오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셋째는 영재교육기관에 따라 지원기관이 달라 교육기관 간 소통이 어렵다. 대학 부설 과학영재교육원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은 시도교육청에서, 예술영재교육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명영재는 특허청에서 각각 지원하고 있어 국가 수준의 통일된 지원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영재프로그램-전문교사 너무 적어

앞으로 국가는 우리나라 영재교육에 어떤 지원을 해야 할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교사의 확보다. 전문성 있는 교사를 확보하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영재교육에 매진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영재교육이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영재교육은 정규 교육과정 밖의 특별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졌다. 이렇게 운영하다 보니 엄청난 예산 부담이 생기고, 사교육 조장의 문제도 수그러지지 않는다. 따라서 우수한 학생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기를 원한다면 지금과 같은 정규 교육과정과 분리된 영재교육이 아니라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영재교육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신동 전 한국영재교육학회장 순천향대 영재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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