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완]불법사채 범죄 형량 너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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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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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불법 사채 이용의 피해가 극심해지자 정부가 불법 사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지만 불법 사채업자들의 횡포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불법 사채업자가 적발 후 기소돼 재판을 받더라도 대부분 약간의 벌금만 내고 쉽게 풀려나기 때문이다. 이런 가벼운 처벌로는 단속의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실제로 불법 사채업자의 횡포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에 비해 그 처벌은 매우 가볍다. 1억 원의 대출금에 그 두 배인 2억 원의 살인적인 이자를 뜯어냄으로써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완전히 풍비박산 낸 악덕 사채업자에게 고작 300만 원의 벌금형이 내려졌을 뿐이다. 또 아들 유학자금으로 200만 원의 사채를 썼다가 갚을 수 없게 돼 다른 사채로 돌려 막다가 연 100%가 넘는 고리에 금방 3억 원을 빚지게 됐지만,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고소된 사채업자는 약간의 벌금만 내고 풀려났다. 불법 사채업자들은 이런 벌금형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단지 재수 없게 적발돼 ‘세금’ 좀 더 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0년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 판결이 난 1253건 중 징역형 선고는 단지 37건(2.95%)에 불과했고 재산형 964건(76.9%), 집행유예 192건(15.3%), 선고유예 21건(1.7%) 등 93.9%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불법 사채업자가 처벌을 무서워하지 않고 계속 악행을 일삼는 것은 이런 통계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바이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급전을 쓸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처지를 악용해 그들을 폭행과 협박으로 울리고 있는 불법 사채 관련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형사처벌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불법 사채업에 대해서는 양형기준을 현재보다 강화해 처벌 수위를 높이고 좀 더 실질적인 형사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불법 사채 관련 범죄의 형량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불법 사채 범죄는 단순히 재산상의 피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한 경우 가정 파괴를 야기하거나 피해자를 자살하게 하는 등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악덕 불법 사채업자에 대해서는 중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강화하고 법정형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 단순 미등록 대부업자의 경우 벌금형만을 선고해도 되겠지만 폭행, 협박, 공갈 등 악의적 수법을 동원해 살인적인 고리대금을 받아내고 불법 추심을 일삼는 악질사범의 경우에는 과감히 중한 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

둘째, 불법 추심행위에 대해 폭행, 협박죄나 공갈죄도 함께 처벌 근거로 적용해야 한다. 폭행이나 협박, 공갈을 수반한 불법 추심에 대해서 대부업법 위반 혐의만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 불법 사채 범죄의 경우 그 높은 이자도 문제지만 피해자들에게 가해지는 폭행과 협박은 더더욱 두렵고 무서운 범죄행위다. 추심과정에서의 폭행이나 협박 및 공갈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형법을 적용한다면 더욱 무거운 형사처벌이 가능할 것이다.

셋째, 불법 사채업자와 결탁한 폭력조직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불법 사채업자와 결탁한 폭력조직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폭력조직이 사채시장에서 불법을 저지르고 있지만 이들이 수사기관에 적발돼도 윗선을 밝히지 않으면 몸통을 처벌할 수 없다. 폭력배들이 불법 사채에 이용하는 자금은 명백히 사채시장에서 나온 것이므로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이들 폭력조직에 대한 검찰과 경찰 등 관계기관의 합동수사가 반드시 병행돼야 할 것이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정완#불법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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