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혁철]북핵 해결 위해 전술핵무기 재배치 가능성 열어 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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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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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철 국방대 합동참모대학 교수
권혁철 국방대 합동참모대학 교수
미국 하원이 18일 ‘2013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은 미 국무부와 국방부에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지역에 미 전술핵무기를 전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전술핵무기 재배치 논의는 1차 핵 위기가 진행되던 1994년 북한이 핵사찰을 거부할 경우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북핵 대비 검토 결의안’을 미 상원이 통과시키면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지난해 초다.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지고 북한이 해커 박사를 통해 우라늄농축시설을 공개하는 가운데 3차 핵실험 가능성이 거론되던 시기였다. 도화선은 그해 1월 전술 핵 재배치를 추진해야 한다는 모 신문의 칼럼이었다. 정치인과 전문가들이 가세하면서 전술핵무기 재배치 논쟁이 뜨거웠다. 당시 한미 양국 정부는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는 불필요하며 재배치할 의도와 계획이 없다면서 제동을 걸었다. 한국발(發) 전술핵무기 재배치 논의가 미국에 유익하지 않다고 판단한 당시 미국 전문가들도 정부 입장에 동조했다. 이후 논쟁은 급격히 식었고, 북한이 북-미 대화에 응하면서 사그라졌다.

1년이 지난 지금, 전술핵무기 재배치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이번에는 미국발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뜻밖이다. 이런 미 의회의 움직임에 대해 미 행정부의 태도는 단호하다. 14일 전술핵무기 재배치의 불필요성을 밝힌 데 이어 18일 수정안이 미 하원을 통과하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한발 더 나갔다. 이 법안은 미 행정부와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상원까지 통과하지 못하고 논쟁 그 자체로 끝날 공산이 크다. 설령 상원을 통과해도 미 행정부와 당사국인 대한민국이 반대하면 실행될 수 없는 사안이다. 이 안을 발의한 의원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추진하는 것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과 북핵문제에 소극적인 중국에 강력히 경고하려는 의도가 짙다.

이들이 보다 자극적인 카드를 들고나온 것은 6자회담을 망치려는 것이 아니라 촉진하기 위함이다. 미 의회의 이런 활동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전술핵무기 재배치가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무용하거나 유해하기만 한 카드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 카드는 한미가 잘 공조하면 북핵문제 해결에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 카드의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유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의 입장도 이런 관점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 정부가 전술핵무기 재배치에 대해 미국에 약간의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라고 주문하고 싶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엔 섣불리 나서지 말고 끝까지 침묵할 것을 권하고 싶다. 미 의회가 전략적 카드로 전술핵무기 재배치 방안을 꺼냈는데 우리 정부가 나서 필요 없다거나 그럴 계획도 없다면서 굳이 바람을 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언론과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미국발 전술핵무기 재배치 추진 논의를 처음부터 부정적으로 재단할 필요가 없다. 전술핵무기 재배치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억제하고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혁철 국방대 합동참모대학 교수
#국방수권법#전술핵무기#재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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