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급발진 사고’ 이번엔 원인 밝혀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6일 03시 00분


국토해양부가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자동차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전문가 21명으로 구성된 조사반은 대구 YF쏘나타 사고 등 5건을 먼저 다루게 된다. 대구 사고의 경우 YF쏘나타가 일으킨 7중 추돌로 17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차가 갑자기 가속해 약 20초간 도로를 질주하는 블랙박스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내 차는 괜찮은지 운전하기 겁난다”며 불안해한다. 흉기로 돌변하는 자동차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급발진 사고의 처리와 보상, 보험 문제 등으로 골치를 썩였던 사람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이번 조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보급된 차량용 블랙박스가 찍은 사고 동영상도 있어 조사 여건이 좋아졌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급발진 의심 사고는 지난해 241건 등 최근 6년간 1000여 건에 이른다.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는 지난 3년간 70여 건이 접수됐다. 그러나 차량 결함이 원인으로 인정된 사례는 국내외에서 한 건도 없다. 대부분은 운전자의 조작 잘못으로 판정됐고 일부는 원인이 가려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국내외 자동차업체들은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를 조사할 때 영업비밀을 이유로 차량의 전기전자제어장치(ECU) 조사에 비협조적이었다. 차량 부품의 30%를 차지하는 ECU는 외부 전자파에 의해 오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출고할 때는 멀쩡했으나 사고 등으로 ECU가 충격을 받아 브레이크가 가끔 작동이 안 됐다는 운전자의 경험담도 들린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급발진에 대해 철저히 연구하고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2010년 급발진과 관련된 대량 리콜로 브랜드 이미지의 추락을 경험한 바 있다. 자동차업체의 협조로 급발진의 원인이 규명되면 사고 예방과 차량 성능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과 유럽은 액셀러레이터 페달보다 브레이크 페달이 우선 작동하도록 하는 브레이크 오버라이드(급가속방지장치) 기능을 채택하는 추세다.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 때 브레이크를 밟으면 제동이 걸리게 된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은 이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권고했고 현대차도 이달부터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전 차종에 기본사양으로 적용한다. 우리도 운전자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장착 의무화를 검토해야 한다.
#국토해양부#급발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